본문 바로가기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월간 '우리詩' 4월호의 시(6)

by 김창집1 2024. 4. 25.

 

 

남해 몽돌 남택성

 

 

물에 잠겨

 

둥글어진 소리

 

미끄러지는 소리

 

수만 번 까무러치며 깨어난 소리

 

잘려 나간 제 살의 부스러기를 듣는 소리

 

꽉 찬 침묵끼리 서로 만지는 소리

 

멀리 가는 소리

 

먼 곳에서 오는 소리

 

 

 

 

소나무 - 정형우

 

 

  황혼이 소나무 줄기를 벌겋게 달구고 있다

 

  소나무 사이에 소나무 있고 소나무들 사이에 소나무들이 있다. 숲 그늘 들어서도 소나무가 있고 숲 질러 돌아보아도 소나무만 있다

 

  송홧가루 피우는 이 소나무, 솔방울 떨어뜨리는 저 소나무, 쌓인 눈 겨워 뚝 부러지는 모든 소나무들이 눈 깜짝할 사이 저기 있다

 

  소나무와 소나무들은 멋모르고 산다, 속으로 몸부림치는 내가

 

  천은사 일주문 나서며 불타는 솔숲 쪽을 힐끗 쳐다보았을 뿐이다

 

 

 

 

공기 임보

    -담시 10

 

 

물속에서 사는 물고기들이 매순간 물을 들이키며 살아가듯

육지에 사는 뭇 생명체들은 매순간 공기를 들이키며 산다.

그러니 물과 공기는 생명을 기르는 모체인 셈이다.

 

동물들은 호흡을 통해 공기 중의 산소를 끌어들이고

몸속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식물들은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이고 산소와 물을 내 보낸다.

그러니 동물과 식물은 상호 공생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죽음은 호흡이 멈추는 상태다

우리의 생명이 이 호흡에 달려 있다니

잠시만 호흡을 멈춰도 생명이 끊어진다니

그렇게 산소를 필요로 한다면

처음부터 몸 안에 산소공장을 만드실 일이지

왜 이리 번거롭게 하셨을까?

하느님의 뜻도 참 알 수가 없다

 

그러자 어린 손자 녀석이 끼어든다

숨도 안 쉬면 사는 게 너무 심심하잖아요!”

 

허긴 그럴 일이다!

 

 

 

 

봄까치꽃 도경희

 

 

성모께서 예! 하신 것처럼

이 땅에 뿌리박고

헐벗은 땅 덮었네

 

이뜸 이뜸 햇살에

아무나 무심히 보라고

문을 열고나선 우직한 순정

 

꽃송이 오종종 보랏빛 세상

자꾸만 스무 살이 피어나

도란도란 다정하다

 

산 너머

저 산 너머

푸른 노루가 풀을 뜯고 있다

 

 

      *월간 우리4월호(통권 430)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