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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윤숙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의 시(13)

by 김창집1 2024. 11. 24.

 

 

타인의 일상

 

 

뜻밖의 지인 소식 불러들인 카톡 창

 

꼬리 물고 이어지는 삼가 조의 문장들

 

안과 밖 경계를 가르는, 세상의 절벽 앞에

 

저 홀로 앓던 지병 꼭꼭 숨긴 쓸쓸이

 

유정하지 못한 우리, 무정을 후회하며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해힘을 싣는 먼 장래

 

 


 

바람의 날

 

 

무엇 찾아 오르나 한 무리의 누 떼처럼

 

사람 틈새 비집어 톡톡 쏘는 투구꽃에

 

노꼬메 바람의 언덕 거슬러 올라선 백두산

 

하늘 위에 천지 천지 위에 하늘 연못

 

새파란 신앙으로 끄덕 않던 저 물빛

 

간절히 모은 두 손에 꿈틀 흐려지던 낯빛이다

 

어느 길 어느 방향 내 영토 딛고서도

 

한 뼘의 바람 길목 잠깐 놓친 시공의

 

묵언의 속내를 알아, 그 말씀에 귀를 열다

 

 

 

 

아무도 이별을 원치 않았다

 

 

언덕배기 차도 옆 잠깐 스친 검정 개

 

몇 시간 지난 후에도 여전히 그 자리다

 

신호등 순간 바뀌어 차바퀴로 뛰어든다

 

기억해 낸 무언가 살 비비던 냄새일까

 

위험도 불사하고 킁킁대던 그 시절

 

까맣게 젖은 눈동자, 절레절레 아니라는

 

 


 

카라 꽃

 

 

마지막 남아 있는

한 장의 백지 같은

 

둘둘 말아 전하지 못한

날 세운 나의 안부

 

그렇게 떠나도 좋다

없는 말을 또 써야 할까

 

 


 

물수제비

 

 

눈 깜짝할 사이

 

휙 스치고 지났다

 

무엇이었을까

 

심중으로 홀연히 가라앉아

 

시치미 뚝 떼는 오후다,

 

어느새 박혀 들다

 

 

               * 김윤숙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가히,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