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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월간 '우리詩' 11월호의 시(6)

by 김창집1 2024. 11. 30.

 

 

 

인생이 아름다운가? - 임승진

 

 

나도 모르게 누가

이 세상에 오게 한 걸까?

 

무엇을 위해 살라고

이 땅에 머물게 하는 걸까?

 

서지도, 걷지도

못하던 때가 있었지만

몸이 자라고 생각을 키우면서

스스로를 기뻐하며

모나지 않게 살 수만 있다면

 

절망과 희망 사이

울고 웃으며 돌아가는 길

내일은 좋은 날이기를 기대하며

아프고 힘겨운 순간을 거슬러

지나온 날 뒤돌아볼 때

 

쓸쓸함마저 위로가 된다면

허무하기만한 생은 아닌 거야

 

 


 

꽃이 진다고 뻐꾸기 울고 - 이화인

 

 

어제는 꽃이 진다고 뻐꾸기 울고

 

오늘은 달빛 이울어 소쩍새 운다

 

천지사방이 잿빛 어둠 속에 묻히고

 

계곡물도 사람 사는 마을로 내려가는데

 

어스름에 턱 괴고 먼 산만 바라봅니다.

 

 


 

아픔의 거리 정우원

 

 

바다가 그리운 날은

바다로 길을 내지 말고

산으로 가기

 

가까이 두기에는

날 너무 시퍼런 파도

 

반짝이는 것만으로도

다시 베일 상처

 

아픔을 잊기 위해

바다를 만나려거든

산에 먼저 오르기

 

산을 벽처럼 기대어

바다의 신음을 견딜 일이기

 

 


 

백합화 임영희

 

 

매일 늦는다고

골이 난 아내가

입술을 앙다문 채

뾰로통하다

 

퇴근 무렵

아침에 눈길도 주지 않고

쌩하니 찬바람 일던

아내 생각이 났다

 

오늘은 한잔하자는

동료를 뿌리치고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대문을 밀고 들어서니

분단장한 아내가 달려

나와 활짝 웃는다

 

마당이 환하게 핀다

 

 

                       * 월간 우리시 11월호(통권 제437)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