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아,
살아서
내가
시집을
일곱 권이나
내다니!
2023년 가을
나기철
♧ 목소리
늘
건너오는
투명한 듯
사각사각
나뭇가지
담록빛
물방울
굴러가는
♧ 백야白夜
잠깐
어두워지다가
이른 세 시
훤합니다
나머지 밤은
어디 갔습니까
당신께 바쳐진
하얀 밤은
♧ 장마 전
이제 곧
이파리 매운 물이
터져
흐르겠지
피어난 수국도
젖어 흩어지겠지
내 향한
내 마음
늘 이만하면
♧ 천해天海
거기 너를 두고
바이칼에 와
절벽 위에서
구름 가려진
피안을 본다
입에 악기를 문
여인이 왔다 가고
바다새
돌다가 갔다
문득
물을 가르며
작은 배
지나간 곳
수많은
오선지 결들이
소리를 내며
한참 있다가
사라졌다
*나기철 시집 『담록빛 물방울』 (서정시학, 202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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