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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오영호 시조집 '농막일기'에서(6)

by 김창집1 2023. 11. 4.

 

 

중도 4

 

 

집착도 내려놓고

분별도 내려놓고

 

고행의 길이거나 향락의 길이거나

 

절대로

치우치지 말라

무소의 뿔처럼 가라

 

 

 

 

중도 5

 

 

좌우를 거느리고

순리의 길을 따라

 

천둥 벼락 쳐도

유유히 흐르는 강처럼

 

자유의 깃발을 들고

멈춤 없이 가는 것

 

 

 

 

알작지* 몽돌

 

 

그래

산다는 건

채이고 부딪는 것

 

울퉁불퉁

모난 삶을

눈물의 땀방울로

 

빚어낸

둥글고 단단한

까만 사리 반짝이는

 

초심을

잃지 않고

나만의 길을 찾아

 

밀물

오갈 때마다

오욕을 닦아내는

 

몽돌들

차르르 차르르

노랫소리 정다운

 

---

*제주시 내도동 바닷가

 

 

 

 

간수를 빼다

 

 

서해안 소금밭에 소곤대던 파도 소리

담고 온 포대 하나 창고에 자릴 잡고

3년간 면벽수행 중 섬 하나가 솟는다

 

쌓인 번뇌 망상 다 녹아 빠지는 날

한 소식消息 들으리라 내 몸을 살려주는

천일염, 사리알 같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참새가 웃다

 

 

5월의

장미 향기

드나드는 선술집

 

몇 년 만에 소주잔 주고받다가

형님, 요샌 뭘 허멍 살암수과?*” “작년 해난 거

게난** 작년엔 뭘 헙디과?” “그냥 노는 거

 

돌담 위

엿듣던 참새들

짹짹 까르르 짹짹

 

---

*무엇 하면서 살고 계십니까? **그러니까

 

 

                    오영호 시조집 농막일기(동학사, 202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