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문학山林文學이 만난 문인] 김내식 ․ 김귀녀(1)
♧ 꽃과 시 – 김내식
우주로 날아가는 인공위성은
조립할 수 있지만
꽃은 그렇게 할 수 없지
꽃에는 비, 바람, 해와 별이
정성껏 만들어준
꽃가루가 있어
그 중심에서
꽃잎이 벙글어진다
시의 중심은 경험에서 나오는
삶의 지혜이자
감각이지
말장난이 아니라데,
내가 쓰는 진솔한 나의 시가
꽃이 되어진다면
비로소 생명을 얻어
가슴이 약동하기 시작하여
심장이 뛰는 소리
고요한 행간에서
들릴 것이다
♧ 그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김내식
나무는 비탈에 뿌리박고도
바르게 서고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와 달, 바람과 비와 같은
복된 삶이 나무를 찾아오기에
그들을 겸허히 수용하여 행복할 수 있다
선각자도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그냥 나무 밑에 홀로 앉아 있을 때
신이 그를 찾아갔다
이처럼 복된 삶이 수시로 그대를 찾아
닫힌 문을 두드리나
그대는 끝없는 욕망을 찾아
어디론가 질주하기에
그 소중한 만남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못한다
지금도 그대는
무거운 욕심을 짊어지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시인 남편을 둔 시인 - 김귀녀
원고료나 유명세를 떠나서
시적으로 살아야 시인
무명 시인이지만 시가
별처럼 빛난다 나만의 생각
나의 시를 그 누구도 애송해 주지 않지만
시에 일생을 바치는 것이 시인
물론 나만의 생각
내가 감동 받고
내가 걸어 온 길
묵묵히 숨김없이 쓰다보면
언젠가는 나의 시에도
별들이 머물지 않겠느냐는 나만의 생각
그도 내게 이야기 한다
삶 자체가 시가 되어야 한다고
어쩌면 새처럼
어쩌면 바람처럼
♧ 동행 - 김귀녀
저녁노을이 짙은 저녁
다래나무 숲 속에 있으면
어둠이 아름답다
우주의 섭리로
나타나는 아름다운 광경이 그곳에 있다
지난 일 고요하게 생각해보면
좋은 일이든 마음 상하는 일이든
감사하지 않을 것이 없는 일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어둠마저
내게는 그저 감사함이다
주문처럼 감사합니다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 하는 이 귀중한 시간
내 뒷모습을 밝혀주는
따뜻한 그분의 손길
그림자처럼 동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간 『산림문학』 통권 52호(사단법인 한국산림문학회, 2023 겨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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