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월간 '우리詩' 1월호의 시(2)

by 김창집1 2024. 1. 19.

 

 

살모사 방순미

 

 

살다 보면

독인 줄 모르고 산다

 

살다 보면

독에 중독된다

 

몸 그림자 사라진다 해도

두려움 없을 중독

 

가엽고 가여워라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더러운 피의 양이 되리

 

독으로 받은 상처

별이 될 때까지

 

 

 

 

도라지 꽃 송미숙

 

 

우산을 받쳐 들고

보랏빛 연정으로

길동무 찾아서

골목길 서성이는 여인 되어

 

방글방글 미소 지으며

마중을 나와 보니

보슬비 내리는 날

부푼 마음 부둥켜안았더니

 

물거품 되어

사그라질 것을

 

 

 

 

끝물 윤순호

 

 

내내 붉게 타더니

무서리에 하나둘 단풍 지고

장렬하게 솟은 늦깎이 가지에

서둘러 핀 선홍색 몇 송이

보란 듯 늠름하구나

스스럼없이 노니는 고추잠자리

갸우뚱 시선도 사로잡고

유모차가 이끄는 등 굽은 할머니

곱구나 곱구나!

감춰 둔 추억 불러 가물가물 머물고

길고양이 담벼락 졸음 위에

나부끼는 깃발

장미야!

 

 

 

 

통영 채영조

 

 

마음이 이끄는 대로 달려온 곳

한 없이 그리움이 물결치는 곳

 

끝없이 펼쳐진 바다 저 멀리

너는 가고 나만 남았네.

 

사랑은 가고 청춘도 저물어

애달픈 마음 달랠 길 없어

미륵산 정상에 올라

한려수도 바라보며

잊혀진 이름 하나 불러본다.

 

! 가고 오지 않는 것은

세월만은 아니었네.

 

 

 

 

명중 - 한인철

 

 

눈을 뜨고도 눈을 감은 것처럼

앞길이 막막할 때는

그늘진 개미집 위에 앉아서

때때로의 먹이로

무리의 행로를 유도하듯이

단숨에 여유를 산출할 수 있다면

스스로에 갇힌

골몰의 세상에서 벗어날

변화의 차분한 변화의 운용술이다.

 

먼 거리일수록

장총이 명중도가 높은 것처럼

서두름 없이

사랑도 예술도 평화도 행복도

숨은 정 하나둘에 넌지시

미리미리 하루하루

봄이 바라보는 가을처럼 해 볼 일인데

오발탄에다 술술술

또 헛 나와 버린 마지막 구호

 

 

                        * 월간 우리1월호(통권427)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