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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월간 '우리詩' 2월호의 시(2)

by 김창집1 2024. 2. 18.

 

 

- 나병춘

 

 

왜 저러코롬 단정한가

 

새의 몸짓과 노래는

 

더하거나 뺄 것이

 

눈곱만큼도 없다네

 

 

 

 

밤에 보이는 것이 있다 목경희

 

 

하늘의 별들이 숨죽이고

도시의 불빛을 잠재우는 비밀의 시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허상일 뿐

눈을 감아야 떠오르는

진실의 실체가 있다

미완성의 조각이 맞춰지는 어둠의 시간

희열의 호흡이 살아나고

허무한 상실은 가라앉는 밤의 시간

사람들이 꿈을 꾸고

마음속에 희망을 품는 그 시간

하얀 치마 나풀나풀 춤추고

헝클어진 긴 머릿결 날리며

신발을 벗어버리고, 가면도 던져 버리고

맨발의 고독한 몸짓으로 살아있는 자유를 만난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이 있다

 

 

 

 

내 마음의 질그릇 박동남

 

 

이끼 낀 감나무 아래

안정감을 주는 배의 무게로

비바람 속도를 익혔다

속 곪을 일 없다

무엇을 채워도 변질을 다 먹어 치워서

어머니 며느리 며느리의 며느리 손맛을 잘 품어 두었다

길들인 농익은 깊은 맛이다

 

채우는 물속에 내가 흔들린다

탐심 정욕 분노가 가득한 나

약자를 밟고 내 끼니를 해결하던

유익과 안일만 추구했던 내 마음의 그릇

항아리의 속삭임이 내 귀에 들린다

좋은 것으로 채워

나를 닮아라

 

 

 

 

아이야 배한조

 

 

아이야

어둠이 짙다고

울지 마라.

 

어두울수록

별빛은

더욱 빛나더라.

 

아침은

더욱 찬란하더라.

 

 

 

 

안개 바다 백수인

 

 

   새벽 바다는 온통 혼돈의 빛깔이었죠 누군가 흐릿한 실루엣 속에서 무슨 일인가를 벌이고 있었어요 세상의 모든 형상들이 줄지어 물속으로 가라앉았고 애절한 소리들이 서로 부딪치며 파도의 그림자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어요

   그 푸르던 하늘은 이미 수면 안으로 스며들어 그 경계조차 모호하게 출렁였고, 그 속에서 수많은 비밀들이 벌 떼처럼 잉잉거렸지요 세상의 밝은 빛은 흐릿한 소용돌이 속으로 점점 허물어지고 뜻을 잃은 언어들만 굳세게 일어나고 있었어요

 

  그때 중저음 뱃고동 소리가 울리며 검은 배 한 척이 느릿느릿 내 가슴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어요 그게 안개를 걷어 내는 한 줄기 빛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지요

 

 

                       *월간 우리20242월호(통권 428)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