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월, 앙련(仰蓮)
-두 일뤠 열나흘 굿
당신,
사랑에서 달아나거라,
당신과 나는 태양을 돌 속에 파묻었다
월계수 잎과 단단한 밤의 가시를 삼키고
당신과 나는 눈이 먼 자,
인연에 눈이 멀어
아무것도 아닌 자
돌 징을 치고 강림처사 따라
두 일뤠 열나흘 동안
밤낮 돌 속을 걸었지
돌 징을 치는 당신은
발뒤꿈치를 자르고
흰 피가 돼라
당신에게 고백하지 못하는 마음은
왜 요령소리처럼 아름답고 진중한가
수련은, 마음은, 물결은, 태양은, 약속은, 흰 피는
죽은 물고기들은
정성스럽고 캄캄하다
당신과 나는 아무것도 아닐 터
당신과 나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다
손과 손을 잡았다면 필시
두 마음은
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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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련(仰蓮) : 무덤 앞 양쪽에 세우는 한 쌍의 돌기둥. 망주석에 피지 않을 듯 피는 연꽃.
* 두 일뤠 열나흘 굿(두이레 열나흘 굿) : 일뤠는 7일이며, 두 일뤠 열나흘 밤낮 치성으로 돌 속에서 강림처사를 따라 떠도는.
♧ 애월, 전생의 나는
표범나비는 저승으로 날리고
이승에 능수매화 피우는 나는
아바님과 어마님 피를 받아
눈가에 뱀을 키우고
당신 등에 동서남북
칠성별 문신을 새기는 나는
이마에 큰 산 올리고
오백장군 서서 죽은 한라산
돌 나비 되어 날아오르는 나는
돌 속 열두 문 열어
보살의 다라니를 태우는 나는
진흙 묻은 비린 것들 이끌며
돌북을 치는 나는
뒤돌아서면 부서지는
돌 속의 사람
전생의 나는
♧ 용두암 1
누가
쇠처럼 차가운 밤을
만들려고 했느냐
칸이 좁은 노트를 보면
감정은 빈틈이 많이 보인다
이 밤은 주인이 없어 목소리가 없다
돌에 피가 돈다면 마음입니까
마음이란 구겨지는 것일까 침몰하는 것일까
용두암을 오래 쳐다보면
밤의 감정 속에
내가 현무암처럼 부서진다
* 서안나 시집 『애월』 (여우난골, 202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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