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사리장마 1
애기동백 털진달래
꽃불지핀 사월이면
식은 잿불 다시 일까
소방호스
드리운 하늘
화산도 봄의 제단이
장대비에
젖고
있네
♧ 고사리장마 2
육순 칠순 다 지나도록
긋지 않는 눈물이 있네
산밭뙈기 일구려다 산사람이 되어버린
울 아방 목쉰 울음이 피에 젖던 곡우 무렵
올레 안 울담마저 재가 된 그날 이후
화산섬 산과 들이 꽃밭 밀밭 일구어도
까맣게 타버린 돌엔 화색 다신 돌지 않고
이제 그만 잊으라고
관 뚜껑을 덮으라고
죽창같이 여문 햇살 중산간을 돌아올 때
고사리 어린 손들도 손사래를 치고 있다
♧ 고사리장마 3
산새도 바닷새도 사월엔 노래를 접네
피멍 든 동백 꽃잎 검게 지는 섬의 봄날
삽시에 터지는 울음
이른 장마 예보하네
사라지는 이름들과 살아지는 빗돌 사이
술 한 잔 받지 못한 봉인된 산담 앞에
그 누가 하얀 삘기꽃
몰래 피우고 갔을까
한라산 고사리는 제사상에 올리지 마라
핏물과 추깃물에 살진 그 몸 씻으란 듯
하늘도 정수리 위로
동이물을 쏟고 있네
* 임채성 시조집 『메께라』 (고요아침, 202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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