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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계간 '제주작가' 봄호의 시(4)

by 김창집1 2024. 5. 11.

 

 

나는 아직 산을 모른다 - 김진숙

 

 

베트남으로 기는 비행기 안에서

호치민평전을 읽다가 그 나라를 부러워한 적 있다

 

나는 모른다

아직 불러주지 못한 당신의 이름을

죽음이 삶을 떠안고 무성해진 숲의 내력을

해방된 세상에서 통일의 꿈을 꾼 산의 의지를

나는 아직 모른다

 

산은 지주 금속성 소리로 운다

까마귀 돌아오고 탐지기가 울 때마다

쿵쿵 뛰는 심장이 먼저 화답하는 날이면

산은 물러서지 않았으며 벼랑 끝에서도 살고자 했다고

부러진 숟가락과 깨진 솥단지를 읽는다

 

녹슨 불발탄 같은 오후,

나는 아직 산을 모른다

막걸리 한 잔 올리고 두 손 모아 절을 올리고

서 있는 방향도 모른 채 일요일의 시계를 따라갈 뿐

 

오늘도 산으로 가는 길은 산사람을 마중하는 일

끝까지 세운 사람들 무거운 정신을 만나는 일

그리고 나는 다만, 듣고 싶은 것이 아직 많다

 

 

 

 

그녀와 나 - 김항신

 

 

다중 100호 축제 있던 날

 

커피와 망고스무디 생강차

행사는 무르익어

아메리카노, 어디세요, 웃음의

경지는아름다위

 

생강차 커피와 소금

하나,

그녀는 찹찹, 쿠키도 달달

그래도 안 불은 살과 뼈의

신자는

맛있어 미각에 궁금해지는 시()

 

막물에 도착한 생강차와 크림빵,

그 맛을 음미한다

 

()극 마임을 먹는데

()아이디얼스노래를 먹는데

()‘id:earth’,를 먹는다

 

소금

빵 쿠키에 붙는

살과 뼈 항이는

 

막이 내리고~~

 

 

 

 

설문대할망의 외로움 - 문무병

 

 

제주땅[耽羅國]에 할망이 제 그림자로 만든

제주도는누워 있는 한라산이라는

힘이 세고, 키가 커 외로운 할망을

세상의 벗으로 만든 잠든 한라산을 깨우는 이야기였고,

70년대 지어진 19층의 칼 호텔을

<할망의 손가락>만 하다 했던 나의 시는

제주 사람의 하나의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였다.

 

제주보다 크고 힘센 할망이 가진 많은 것

풍요(豊饒)’라는 신성(神性) 때문에

제주 사람들에겐 큰 것 콤플렉스,

할망은 너무 크고, 너무 많고, 너무 세어 슬프고,

할망이 만든 제주 사람은 너무 작고,

가진 건 너무 적어 모자람을 채우지 못하는 슬픔,

설문대할망 콤플렉스

너무 힘이 세고, 키가 크기 때문에 외롭다.”

하나의 외로움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제주를 떠나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신으로 모신

 

제일 큰, 더 이상 더 클 수 없는

설문대할망의 하나의 외로움을 그린

한류의 전통인 ’,

제주 땅을 만든 ’,

새 생명의 탄생을 이야기하는 창세의 이야기였다.

 

 

                           *계간 제주작가봄호(통권 제8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