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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의 시(3)

by 김창집1 2024. 6. 9.

 

 

ᄆᆞᆷ뼈 해장국

 

 

몸과 마음 만나 한몸으로

들어가는 것

 

시퍼런 바닷속 유영하다

탁 끊긴 하루

너의 곰삭음이 어느 몸속으로

들어갈 때 다시 또

탁발 소리와 함께 사리를 만든다

 

뼈들의 아침, 천년의 세월 따라 어느

지구에 착지하여 펄펄 날던 몸 뼈들이

- 휘어지는 날 서는 새벽녘, 곰삭듯

젖어 드는 등줄기 신음

 

뼈들은

다른 생을 위하여 자기를

내어준다

생 앞에 내어주는 육바라밀 화엄,

보시를 한다

 

죽비소리 마음에 새긴다

 

 


 

비움의 미학

 

 

가볍다는 것은 내려옴이다

 

가을 연서의 반가움은

가을 벤치에 앉아

마음을 읽는 것

 

별들의 고향 꿈꾸듯

미지 찾아갔다가

다시

오듯

 

한잔 술에 가슴 녹이며

지난날 시향에 젖어보는

샤브돈*의 밤거리

 

가볍다는 것은 그렇게

비움인 것

그냥

 

무덤덤하게

이렇게 조용히

다음을 위해 여행하듯

 

마음의 안식과 평온함이

어느 성경 말씀 빌리듯

세상사 맞는 이치의 해석

 

이젠, 그냥 두렵지 않은

날들이라 여기는 행간에

마음을 읽는다

 

 

---

*제주시 도남동 식당.

 

 


 

비자림 콘서트

   -동백의 하루

 

 

화려한 동백들의 향연

코로나 팬데믹 끼고 우리는 걸었다

얼마 만에 와본 숲이던가

 

우린 자연스레 자리를 잡아

한 곡 한 곡 낭송이 이어지고

 

팔공 시대, 이루지 못했던

남녀의 사랑이

아침 편지

촉촉이 가슴 적시던 시절

 

그 시린 사연이

 

비자림 숲에서

목멘

울음으로

향연 불러낼 때

 

우리는

 

사랑이여를 부른다

 

약속이나 한 듯

 

선율은

 

비자림에 빛을 발한다

 

영원한 동백의 세레나데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한그루,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