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월간 '우리詩' 6월호의 시(1)

by 김창집1 2024. 6. 11.

 

 

자선가 임보

 

 

돈은 벌기도 어렵지만

잘 쓰기도 쉽지 않다

 

재벌이지만 인색한 좀팽이도 있고

가진 것 별로 없지만 화끈한 자선가도 없지 않다

 

재벌이면서 화끈한 자선가는 없는가?

………………있다!

부영그룹의 이중근李重根 회장!

 

고향의 가난한 이웃들에게

동문의 어려운 동창생들에게

1억씩 수백억을 베풀었다

 

회사의 직원들이 출산할 때에도

1억의 장려금을 지급한다는 게 아닌가?

 

돈이 있어도 돈 쓸 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고양이에게 배우다 - 박구미

 

 

고양이 두 마리 몸을 기댄 채

볕을 쬐고 있다

 

길 가는 사람

그림자에도 꿈쩍 않는다

 

- 나도 힘들어!

 

며칠째 그의 어두운 낯빛을 외면하다

아침 출근하는 등에다

비수를 날리고 말았다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침범자처럼

그늘이 덮쳐오는 날도 있는 것을

 

오늘, 저녁엔 그의 그늘을 이불 삼아

저 고양이가 하는 대로

저 고양이에게 배운 대로

 

야옹!

 

 


 

 

매화 꽃 박태근

 

 

어디 가셨습니까

이녁이 데려온 꽃망울

밭에서 집에서 출산기들이 있는지

산실 채비하느라 부산들 떱니다

 

으스스 추워

초산인 새댁이 머뭇거리자

지긋한 노파 노산이라 함께 힘들어 하시며

조금만 기다리세

말씀이 다 끝나기도 전에

살피던 눈치가 힘차게 꽃방을 터뜨립니다

 

양지쪽 언덕에

오매불망 기다렸던

매화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동백꽃 백수인

 

 

  그 여자의 새빨간 입술 속으로 미혹의 길이 보였어요 깜깜한 동굴이 깊게 파여 있었지요 나도 모르게 끌려 들어가 무릎을 꿇은 채 정신없이 꿀을 빨고 있었지요 그러고 보니 새빨간 입술은 하나가 아니었어요 여기 저기 수많은 붉은 입술들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지요 나는 동박새처럼 이 가지 저 가지를 건너다니면서 달콤함에 점점 취해가고 있었어요 시간이 빠른 속도로 증발해 버리고 나는 한참을 꿈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어요

 

  꿈속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동백나무 밑에 새빨간 입술들이 무수히 떨어져 나뒹굴고 있었어요 증발해 버린 건 시간인가요 향기인가요?

 

 

                         *월간 우리6월호(통권 43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