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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장영춘 시집 '달그락, 봄' 발간

by 김창집1 2024. 6. 20.

 

 

시인의 말

 

 

중산간 길을 걷다가 안개에 갇혔다

숨 가쁘게 걸어왔던 길들도 모두 지워지고

 

덩그러니 중심을 잃고 미로에 선 나

 

어디로 가야 하나? 뒤를 돌아봤지만

아직도 길은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걷히길 기다리며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 엿보다

 

 

바람처럼 왔다가 사나흘 살더라도

피우리라. 피우리라 물관으로 실어나른

 

저 것 봐 바람꽃 한 송이

얼린 손 내미는 거

 

어제 놓아버린

핏줄 마른 다짐들이

 

또다시 꽃 앞에서 속수무책 무너지고

게으른 발자국 털며 출렁이며 오는 봄

 

 


 

연두의 시간

 

 

또르르 말린 햇살 연두의 시간이네

초롱초롱 눈뜬 도시 새싹들의 시간이네

덧칠에 덧칠한 길들

어제가 달려오네

 

구름과 바람 사이 산과 들을 건너온

포개고 또 포개져 오는 넌 누구니

사월의 가로수길에 손 흔들며 서 있는

 

그 이름 푸른 청춘 그렇게 봄을 껴안고

이끼 낀 초원 위를 밤새도록 달리다

고목에 싹을 틔울라

일렁이던 시간아

 

 


 

산정호수의 아침

 

 

누구의 안부일까,

일렁이던 파문은

 

소금쟁이 수묵화 치던 물장오리 산정호수

언제나 마르지 않은 푸른 눈빛 간직한

 

서둘러 떠나간 자리

여백으로 남긴 채

 

분화구에 몰려든 어진 안개 달래던

설문대 둥근 밥상에 고봉밥 한 그릇

 

오늘도 모락모락

한 끼니 위로를 얹고

 

벼랑 끝 외줄 타던 산딸나무 사이로

어느새 수천 마리 나비 우화를 꿈꾼다

 

 

                     *장영춘 시집 달그락, (한그루,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