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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오승철 유고시집 '봄날만 잘도 간다'의 시조(4)

by 김창집1 2024. 6. 19.

 

 

쌍계암

 

 

이왕에 쌍계암이 한라산에 앉을 거라면

영실계곡 그 어디쯤 종 하나 걸어놓고

산철쭉 물드는 소리 실어내면 어땠을까

 

점지 받지 못한 것이 이 땅 어디 있을까만

할머니 벗을 삼아 기르시는 저 계곡들

고고고 부르면 오는 수탉꼬리 같아라

 

어제는 남극노인성 떴다고 일러주고

오늘 밤 또 올 것 같다 스님께서 그러시네

천지간 외로운 곳이 서귀포 아니겠느냐

 

올라가면 법쟁이 오름 내려가면 하원마을

인연도 산에 들면 눈물 창창 인연을 낳나

계곡을 건너 들어와 탁발하는 하안 구름

 

 


 

지귀도 스케치

 

 

그렇게 외로우면

섬 하나를 낳던지

 

길게 뻗은 한일자에

내려그은 등대 하나

 

어머니

숨비소리도

한줄기 가 닿는가

 

 


 

가족사진(동시조)

 

 

사람은 그 누구나 잘못 없이 못 살까요

오늘은 성당에서 첫 영성체하는 날

나보다 내 동생이 더 예쁘다면 화가 나요

 

이제부터 내 잘못 그 누가 감시할까

언제 어디서나 우리 곁에 있다지만

사진 속 눈 씻고 봐도

그분이 안 보여요

 


 

울음보 알아맞히기(동시조)

 

 

꿩꿩 꿩울음보 어디 있지?”

목젖에

맴맴 매미 울음보 어디 있지?”

가슴에

가을밤 귀뚤귀뚤이 어디로 우나?”

날개로

 

울음보에 웃음보가

터지는 우리 가족

빙빙 도는 잠자리 뭘로 우나?”

색깔로

떼쟁이 나의 동생은 어디로 우나?”

심술보로

 

 

              *오승철 유고시집 봄날만 잘도 간다(다층, 2024)에서

                                *사진 : 수채화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