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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신자 시조집 '봄비에 썼던 문장은 돌아오지 않는다'(4)

by 김창집1 2024. 6. 17.

 

 

은방울꽃 김신자

 

 

할망당 찾아갔다

처음 본 꽃이었네

 

은방울도 더러 나와

한숨씩 돌아갔네

 

양손은

빌고 또 빌며

정성들인 그 시간

 

잘 되게 허여주서, 안 아프게 허여줍서

 

넋나간 영혼처럼

넋 돌아온 황생처럼

 

어머니 시린 등허리

끌고 오는 꽃이었네

 

 


 

패랭이꽃

 

 

패랭이를 모자로 한 번도 쓴 적 없네

 

뙤약볕 내려쬐는 밭일 논일 바닷일

 

자식들 먹여 살리려 얼굴 타던 아버지

 

그늘 되는 패랭이꽃 씌워주고 싶었네

 

새빨개진 그 양볼 가려주고 싶었네

 

시원한 바람 청하듯 햇살 막고 걷는 꽃

 

 


 

애기똥풀

 

 

풀숲에

슬쩍 숨어

날름날름 피면서

 

물애기 똥 쌌다고

샛노랗게 알리네

 

엄마야

기저귀 갈아줘

방긋방긋 알리네

 

 

   * 김신자 시조집 봄비에 썼던 문장은 돌아오지 않는다(동학시인선122,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