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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월간 '우리詩' 6월호의 시(6)

by 김창집1 2024. 6. 30.

 

 

혀로 산임보

 

 

혀로 쓴 시

김하일金夏日 시인의 시집 이름이다

 

일제 강점기 경북의 한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13세에 아버지 따라 일본에 건너간 하일은

주경야독하며 근근이 버티며 지냈다

그러다 15세의 어린 나이에 문둥병에 걸려

즉시 요양원으로 강제 격리되었다

 

시력을 잃게 되자 점자를 익혔지만

손가락마저 기능을 잃어 혀로 점자를 읽었다

그리고 안타까운 그의 삶을 시에 담았다

 

그는 그렇게 혀로 80년을 살다

한 권의 시집을 남겨놓고

2023년 아흔여섯 해의

어둡고 고단한 한평생의 삶을 마감했다.

 

 


 

봄에 핀 얼음꽃 - 여연

 

 

뽀드득뽀드득, 잠든 네가 틀니 가는 소리

이를 갈 때마다 이에서 눈가루가 날렸다

깊은 잠으로 들어간 너는 아직 한겨울

벚꽃이 피어도 못 보는 얼음 여왕

4월에도 눈이 내려 눈물조차 얼었다

등으로 미끄럼 타며 계단을 내려오다가 멈추면

터진 수도관에서 분수처럼 솟던 물이 얼었지

너의 삶은 온통 살얼음 내리는 겨울 강

햇볕도 들지 않는 얼음 위에서 종일 누워 있다가

이따금 뒤척이면 등에서 뼛가루가 후두둑 떨어졌다

나는 구순의 어머니를 집에 혼자 두고

벚꽃 흐드러진 길을 달려 네게 갔는데

너는 화사하게 화장하고 떠날 준비를 마쳤다

너의 차디찬 발자국 위로 꽃눈 날리고

뽀드득뽀드득, 잠든 네가 꽃잎 밟는 소리

 

 


 

시골 버스 - 위인환

 

 

굴곡지게 살았습니다

압정 같은 자갈길

작두를 타는 것 같았습니다

진창에 빠진 적 있습니다

전방을 보지 못한 구렁텅이였습니다

헛바퀴 돌기를 수십 번

밧줄에 묶여 견인된 후

상향등이 켜졌습니다

털털 거리며 나선 길

경적 소리만 요란합니다.

 

 

*로다 나이어그 '은혜'


 

 

꽃 피울 나이 - 윤태근

 

 

언제부터일까?

 

먼 별들의 속살거림에

목구멍이 간질대더니

이웃한 혹성 흙바람에

손끝이 시리더니

극지방 빙하 녹는 눈물에

눈이 아리고

아프리카 사막 어느 낙타의 게거품에

입 안이 쓰리더니만

먼 나라 전쟁터 어니선가

흙덩이 하나 가볍게 들어 올린

새싹의 기운 받음일까?

 

이제야 저승꽃 서너 송이 피워 올린다

 

 

                               *월간 우리6월호(통권43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