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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윤숙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 발간

by 김창집1 2024. 7. 21.

 

 

시인의 말

 

 

네가 어디에 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먼 바다 그 너머의 빛을 볼 때마다

눈이 부셨다.

 

저 파랑을 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20247

 

김윤숙

 

 


 

발견

 

 

내 안의 빈 틈새 다시 그린 밑그림

 

첫새벽 잎새 하나 칠하고 덧칠했다

 

바다가 삐져나오나 눈곱이 자꾸 낀다

 

 


 

조용한 바다*

 

 

심연을 흔드는 코발트 빛 바다 앞에

한순간 휩쓸리듯 일어서는 뭉게구름

 

폭풍은 내 안의 바다

배 주위가 고요하네

 

가만히 돌이키면 무모한 날들 흘러

힘겨워 다 내려놓은 수상한 돛마저

 

여행지 기억을 새기며

파고드는 모래펄

 

어서 돌아오라, 간절한 손짓에도

대양을 향한 열망 쓰러진 돛을 세워

 

또 한 척 파랑 속으로

섬을 끌며 나아가네

 

---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 그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항도 항해도 꼼짝없이 갇혀서

 

쇄빙선 따른다는 동토의 당신 바다

 

언 마음

 

여기도 북극

 

나를 질러오시라

 

 

 

 

겨울 두물머리

 

 

사람이 사람을 만나 하나의 길이 되듯

 

물이 물을 만나 이별을 지워 나가듯

 

우리는 어디쯤에서 얼린 발이 풀릴까

 

남에서 북에서 서로 만나 사무칠

 

한 가닥 실금 사이 굽이치던 물살의 흔적

 

자물쇠 꽁꽁 잠근 강, 메아리를 듣는지

 

바닥 차고 오르는 철새들의 비상에

 

언 강에 번져오는 푸름의 산 그림자

 

귓바퀴 쩌렁쩌렁한 결심을 다시 쓴다

 

 

                *김윤숙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가히,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