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 너에게로
해안 길 걷다 속울음 터질 때
바다, 네게로 달린다
바다는 소리를 만들고
나는 가사를 만들고
그 속절 음 따라 몸부림치는
♧ 이 사람아
그냥
고맙고 대견했었지
곡예사의 사랑처럼
애리애리하게
태어나
아파서
힘들어서 그랬고
힘이 없어 몸이 울고
눈물이 말라 마음이
아리도록 펑펑 그랬지
새끼 놓칠까 봐
아파 울고
어미 잃을까 봐
속울음 삼기며
칠성님께 부처님께
조왕신에 문전신에 매달리며
애면글면 그랬지
애간장 타는 가습 핏물 되어
녹는 이 마음 누가 알까
힘든 고비 넘기느라 징하게 독하게
살아서 눈물이 나 그렇게
눈안개 서리게 아프고 아파
♧ 정오의 거리
능소화, 흐드러지고 막이
내리고 그 촘촘함과
경이로움에 반하던
정오 한 날에
중절모에 오물거리는 입술
지팡이 끌며 배당 짊어진
아버지 닮은 노신사
허리를 굽힌다
안착했던 여정 바람결에 야윈 듯
추락한
조각 하나 틈새를 찾는다
지팡이와 배낭에 한 몸 의지하듯
척추 마디 하나
나, 를 부추기듯
이심전심으로 보듬어
주는
정오의 햇살
매끄럽게 비추는 저
울
타
리
그 촘촘함에 대하여
♧ 막걸리 한잔
추적추적 젖어 드는 일요일 아침
군상들 씻어 낸다
별로 사용되지 않았던 목간통은
세월 꽃 덕지덕지 들어차고
냉기에 질려버린 바닥, 나와 상관없다는
듯
바람벽까지 빗속으로 사라져 가는 정오의
시간
서너 방울이 한 말인 양 되는 술 향에
고수레하다 남은 막걸리 한잔
닭똥집 슴덕슴덕 볶아 음복하는 맛
이 맛 괜찮아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 (한그루, 202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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