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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의 시(8)

by 김창집1 2024. 7. 25.

 

 

바다, 너에게로

 

 

해안 길 걷다 속울음 터질 때

바다, 네게로 달린다

 

바다는 소리를 만들고

나는 가사를 만들고

 

그 속절 음 따라 몸부림치는

 

 


 

이 사람아

 

 

그냥

고맙고 대견했었지

 

곡예사의 사랑처럼

애리애리하게

태어나

아파서

힘들어서 그랬고

힘이 없어 몸이 울고

눈물이 말라 마음이

아리도록 펑펑 그랬지

 

새끼 놓칠까 봐

아파 울고

어미 잃을까 봐

속울음 삼기며

 

칠성님께 부처님께

조왕신에 문전신에 매달리며

애면글면 그랬지

애간장 타는 가습 핏물 되어

녹는 이 마음 누가 알까

힘든 고비 넘기느라 징하게 독하게

살아서 눈물이 나 그렇게

눈안개 서리게 아프고 아파

 

 


 

정오의 거리

 

 

능소화, 흐드러지고 막이

내리고 그 촘촘함과

경이로움에 반하던

정오 한 날에

 

중절모에 오물거리는 입술

지팡이 끌며 배당 짊어진

아버지 닮은 노신사

허리를 굽힌다

 

안착했던 여정 바람결에 야윈 듯

추락한

조각 하나 틈새를 찾는다

 

지팡이와 배낭에 한 몸 의지하듯

 

척추 마디 하나

, 를 부추기듯

이심전심으로 보듬어

주는

정오의 햇살

매끄럽게 비추는 저

그 촘촘함에 대하여

 

 


 

막걸리 한잔

 

 

추적추적 젖어 드는 일요일 아침

군상들 씻어 낸다

별로 사용되지 않았던 목간통은

세월 꽃 덕지덕지 들어차고

냉기에 질려버린 바닥, 나와 상관없다는

바람벽까지 빗속으로 사라져 가는 정오의

시간

서너 방울이 한 말인 양 되는 술 향에

고수레하다 남은 막걸리 한잔

닭똥집 슴덕슴덕 볶아 음복하는 맛

 

이 맛 괜찮아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한그루,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