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문학작품]
♧ 곤을동 찾아서 - 김정희
멀쿠슬낭 따라
곤을동 찾아보면
집은 불타고
복사꽃 피었던 마을은 사라졌다
오랫동안
돌트명 찾아오는 바람 거념하고
울담 붙들어 앉은 눈뻘렝이
붉게 울며
터를 지키고 있다
뒷마당 대나무
그늘 바람 일으키며
그림자 만들고
우영팟 머들 위에
배꽃이 봄을 깨운다
거욱대에 돌 하나 얹는 피리소리
곤을동 찾았다
♧ 바람에 오는 말 - 김철선
전쟁 나던 해
칠월칠석, 칠흑 같은 밤
예비검속에 어디론가
끌려가는 누군가의
아버지와 아들들
마지막 삶의 순간을 느끼면서
손 모아 ‘불효자,
이 길로 먼 곳 갑니다.
행여, 부모님
날 찾아 얼마나 헤매실까’
죽음 향해
내달리는 트럭 위에서
이정표 삼아 길가로
내던지던 검정고무신
이승의 경계 섯알오름
이윽고 바람 난장이 불고
한바탕 콩 볶는 소리
바람에 오는 말
그리고 입에서 입으로
어데서 찾을손가
그때 그 속절없이 쓰러진
이백여 슬픈 영혼
백조일손百祖-孫묘역에서 찾아볼까나
♧ 4월 그날이 오면 - 오영호
개비 내리는 거친오름 자락에
고사리 쑥쑥 자리는 그날이 돌아오면
구순의 꼬부랑 어머님 평화공원 가다
추모관 공간 벽에 촘촘히 박힌 이름
명패 줄 따라 아무리 둘러봐도
그 이름 만날 수 없어 긴 한숨만 흐르다
젊은이, 이호리는 어느 쪽에 있수과?
요쪽 칸이우다 이진 ᄎᆞ자지쿠과?
드디어 이름을 보자 합장하는 손과 손
국화꽃 한 송이 재단 위에 올려놓고
76년 쌓인 슬픔 빠지지 타는 가슴을
광장의 산비둘기들 위로하듯 구구구
♧ 동백꽃 지다 – 이창선
죄 있어도 죽었고
죄 없어도 죽었다
죄 있어도 사라졌고
죄 없어도 사라졌다
4․3은
피기 위해서
몸부림친 열병이다
자그만 꽃이지만
한 생의 살림살이
곶자왈 습한 계곡에
숨어서 피었는데
어디서 불어온 바람
동백꽃을 떨구었나
♧ 조팝꽃 – 한희정
포승줄에 묶였어도 벼랑 끝에 흔들려도
언젠가 그 언젠가......
당당하게 웃자꾸나
하얗게
사월의 꽃들
눈물샘이 터진다
*『혜향문학』 2024년 상반기(통권 제22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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