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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월간 '우리詩' 8월호의 시(6)와 제주상사화

by 김창집1 2024. 9. 4.

 

 

대출인생 김성중

 

 

오십견 통증 치료를 끝내고

대출 연장을 신청하려 은행 가는 길

딸에게 전화를 걸어 생일을 축하하고는

은행에 일 보러 간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중앙공원 근처 은행 창구에서

무슨 일로 왔느냐는 직원의 말에

대출을 연장하러 왔다고 하자

퇴직자냐고 물으며 자료를 뒤적이더니

, 우리 은행 거래자군요

심사해서 연락을 하겠다고 합니다

 

폭염경보가 내린 한낮

도림리 비실재를 넘어서

구비구비 담양호반을 돌면서

대출과 인생을 생각을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더니

왜 애들에게 쓸데없이 그런 말을 하냐며

핏대를 세우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끓어오른 마그마가 폭발한 듯

몸뚱이가 사정없이 흔들렸습니다.

 

 


 

한 번 웃음으로 김정욱

 

 

한 번 웃음으로

눈물도 거두어들일 수 있는

한 번 웃음으로

폭풍우도 쨍쨍한 햇빛으로 말릴 수 있는

 

한 번 웃음으로

세찬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고

버드나무처럼 건들건들 춤을 출 수 있는

 

한 번 헛기침으로 차마 하지 못한 말

말가웃을 쓸어 담을 수 있는

 

정녕, 빈 수레가 되고픈

 

 


 

조율調律 - 김혜천

 

 

천 평 넘는 콩밭

 

출발선에 선 여덟 명의 선수들

 

프로들 틈에 아마추어 한 명이 끼어 있다

 

대열에 끼워 준 것만으로도 감격해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다

 

프로들이 뒤쳐지는 걸 야심차게 돌아보면서 달려 나간다

 

중간 지점부터 이미 지친 아마추어

 

어느새 펼쳐지는 역전 드라마

 

조금도 서둘지 않은 프로들은 거뜬히 반환점을 돌아

 

나를 향해 오고 있다

 

낄낄거리면서

 

서녘을 물들이던 노을도 킬킬거리면서 산을 넘고

 

 


 

앵두알로 번지다 나병춘

 

 

입술에 문

앵두알을 톡, 뱉었더니

 

귀룽나무 호수엔

.파만..

 

마침내 태양 북 건드리니

온 천지에 굉음 울린다

 

굉 굉, 시나브로

수련 피어나는 소리

붕붕 붕붕, 벙어리뻐꾸기 소리

 

게으르게 등짝 말리던 남생이

고개를 멀뚱멀뚱

 

 


 

호수와 햇살 남대희

 

 

호숫가 산책길을 걷다

거꾸로 보이는 물속 세상을 본다

 

살아온 세월만큼 출렁거리는 삶의 무게가

거꾸로 둥둥 뜬다

유유히 헤엄치는 저 잉어들이

꿀꺽 삼켜버려도 좋겠다

 

바람에 흔들리는 능수버들 몸짓

젊은 날 낭만과 꿈의 노래,

 

햇살은 물에 젖지도 않고

물오리 깃털보다 가볍게

물결에 비늘을 심고 간다

 

 

                          *월간 우리8월호(통권43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