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퇴화한다
흐르는 물도 자기와 상관없이
밀어내고 있을 뿐
바람, 너는 누구에 의해 떠돌다
가는지
때론
바람이고 싶어, 가고
싶으면 가고 자고 싶으면 자는,
청산이 노래하듯
퇴화한다는 것은 바람의 짓,
흐르는 물을 보라 나는
유유히 있건만 물보라에 넘어져
울렁이는
불
량
증 같은
세월 흔적이 말하는
♧ 설레임
1.
링거 따라 안개 속을 헤매인다
헤맨다는 것은 또 하나의 설렘인
것
설렘인 것은 생명줄의 희망, 너와
나의 또 다른 입맞춤
붉은 해무로 싸한 물줄기 밀어 넣을 때
고요히 들썩이는 어둠의 자식, 꿈 찾아 유영하듯
2.
차들이 2열 종대 설렌다
설렌다는 것은 아직 살아 있음이다
몬테카를로의 추억처럼 못 잊을
블루스, 뿜 바 뿜 바 뿜 바*
---
* 가수 윤시내 노래.
♧ 해신과 조영제
어제 백신을 맞고 왔다
가슴이 조였다
오늘 조영제 맞으러 갔다
가슴이 또 조였다
많이 괜찮지 않았다
검지손에 불꽃이 생겨
1,000밀리리터 물을 부었다
괜찮지 않은 게 괜찮을 무렵
나도
손가락도 배고프다 말한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는 오늘이 지난다
♧ 아뜩한 순간
머리로 시작해 능선으로 퍼져 있는 생명선들
조물주께서 점지해 준 물아일체物我-體의 한 우주였을
어느 요람에서 아장거리다 또다시 아장거릴 세월
묻어나는 지금,
그래도 아직 아닐 것 같은 고통 미련스레 부여잡고 놔주지 못하는 고집,
그 고집 버리라며 아우성이다
맑으면 맑은 만큼 쓰리면 쓰린 만큼 또다시 밀려오는 고통,
x-ray 빛은 앞으로 옆으로 뒤로 돌리며 기둥의 선 탐색한다
활발하게 휘날리던 물속 뼈, 앞만 보고 달리던 야생마처럼
성취감도 기특함도 아쉬운 세월로 덮여 가는 무상함의 피날레
그 고달픈 인생길 수리 센터에 맡겨본다
엎드린 능선 지나 허벅지로 내려진 발가락 끝 신경성,
휘모리 치듯 조여오던 아뜩한 시간 지나 허기가 몰리듯
밀려드는 생명선의 신호, 이것 또한 조물주의 허락일까
*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 (한그루, 202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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