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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의 시(11)와 덩굴용담

by 김창집1 2024. 9. 6.

 

 

몸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퇴화한다

 

흐르는 물도 자기와 상관없이

밀어내고 있을 뿐

 

바람, 너는 누구에 의해 떠돌다

가는지

 

때론

바람이고 싶어, 가고

싶으면 가고 자고 싶으면 자는,

청산이 노래하듯

 

퇴화한다는 것은 바람의 짓,

흐르는 물을 보라 나는

유유히 있건만 물보라에 넘어져

울렁이는

증 같은

 

세월 흔적이 말하는

 

 


 

설레임

 

 

1.

 

링거 따라 안개 속을 헤매인다

헤맨다는 것은 또 하나의 설렘인

설렘인 것은 생명줄의 희망, 너와

나의 또 다른 입맞춤

붉은 해무로 싸한 물줄기 밀어 넣을 때

고요히 들썩이는 어둠의 자식, 꿈 찾아 유영하듯

 

2.

 

차들이 2열 종대 설렌다

설렌다는 것은 아직 살아 있음이다

 

몬테카를로의 추억처럼 못 잊을

블루스, 뿜 바 뿜 바 뿜 바*

 

---

* 가수 윤시내 노래.

 

 


 

해신과 조영제

 

 

어제 백신을 맞고 왔다

가슴이 조였다

 

오늘 조영제 맞으러 갔다

가슴이 또 조였다

 

많이 괜찮지 않았다

검지손에 불꽃이 생겨

1,000밀리리터 물을 부었다

괜찮지 않은 게 괜찮을 무렵

나도

손가락도 배고프다 말한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는 오늘이 지난다

 

 


 

아뜩한 순간

 

 

머리로 시작해 능선으로 퍼져 있는 생명선들

조물주께서 점지해 준 물아일체物我-의 한 우주였을

어느 요람에서 아장거리다 또다시 아장거릴 세월

묻어나는 지금,

그래도 아직 아닐 것 같은 고통 미련스레 부여잡고 놔주지 못하는 고집,

그 고집 버리라며 아우성이다

 

맑으면 맑은 만큼 쓰리면 쓰린 만큼 또다시 밀려오는 고통,

x-ray 빛은 앞으로 옆으로 뒤로 돌리며 기둥의 선 탐색한다

 

활발하게 휘날리던 물속 뼈, 앞만 보고 달리던 야생마처럼

성취감도 기특함도 아쉬운 세월로 덮여 가는 무상함의 피날레

그 고달픈 인생길 수리 센터에 맡겨본다

 

엎드린 능선 지나 허벅지로 내려진 발가락 끝 신경성,

휘모리 치듯 조여오던 아뜩한 시간 지나 허기가 몰리듯

밀려드는 생명선의 신호, 이것 또한 조물주의 허락일까

 

 

                                         *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한그루,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