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월을 노래하다
-고사리
겨우내 허허 들판 음지로만 키워온
이제는 화해와 상생, 사월의 피켓 들고
누구나 선착순이다,
평화를 노래하는
날마다 제 한 몸 기꺼이 내어주며
꺾고 꺾어도 별빛처럼 감겨오던
할머니 귀밑머리에
새치처럼 돋아난
♧ 단비 종일 내렸다
얼마나 많은 날,
들판 위에 서 있었나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했네
4․3의 행방불명 영령, 백비로 누운 날
오랜 시간 말문 닫고 침묵으로 답하시던
겨우내 아랫목에 피워 올린 꽃 등 하나
컴컴한 세상을 건너
손 흔드는 영령이시여
그토록 마른하늘에
단비 종일 내렸다
대지를 흠뻑 적신 땅 위에 아지랑이
진혼곡 한 구절 한 구절 후렴구를 부르네
♧ 어떤 영상
일상의 긴장감으로 갑갑함을 달래던
동영상으로 전해온 한적한 공항 안
두 꼬마 하늘을 날듯
달리기하고 있다
이맘때면 자유롭게 저 트랩을 밟았었지
무한한 공기와 자유마저 속박된 채
마스크 복면을 쓰고
활보하는 외계인
♧ 싱어게인
저마다의 소망으로 무대 위에 올라서면
숫자로 매겨지는 이름은 아직 떫다
숨죽인 박동소리만
점점 더 커지고
떨지 마,
침착에 침착을 가장한
다시 피운 선율들이 가슴과 가슴으로
통기타 낮은음에도 튕겨내는 삶이 있다
환하게 밝아지는 표정들도 잠시 잠깐
전광판 빨간 불빛 하나둘 켜질 때마다
터져라, 희비喜悲의 곡선
쌍무지개 떠 있다
♧ 보리밭
혼자 있어도 혼자 아닌 것들이 있다
바람 부는 가파도 청보리밭에 서 있으면
들리네, 광화문 함성 여기까지 와닿네
*장영춘 시집 『달그락, 봄』 (한그루, 202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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