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돌과 바람 문학' 2024 가을호의 시(5)

by 김창집1 2025. 1. 13.

 

 

탐라땅의 어멍 조매정

 

 

ᄇᆞ름광 절을 질들인 손질

돌담을 다우곡 한락산을 멩글멍

할망의 숨절로 심이 깨어낫수다

랜 신화 소곱이 ᄌᆞᆷ들영 잇엇던

ᄄᆞᆺᄄᆞᆺᄒᆞᆫ 쿰, 기리운 내음살

모살추룩 삐어진 전설 소곱이서 우린

할망 목소리 들엄수다

한락산 노프닥지 솟아올를 때

할망이 심은 바당을 안앗고

돌하르방추룩 ᄃᆞᆫᄃᆞᆫᄒᆞᆫ 할망의 모냥

우리덜 ᄆᆞ심 속에 죽장 남을 꺼우다

설문대할마님, 제주를 쿰은 여신

할망 손질 ᄄᆞ랑 섬은 고장 피우곡

우리덜은 할망의 이왁을 뒈새기명

오널도 제주의 숨절을 느꼄수다

설문대할마님!

느량 펜안ᄒᆞ시곡 ᄆᆞ심 하영 풀어줍서양!

 

 


 

그리움 현길선

 

 

오늘은 하나만 욕심내기로 하였다

하루가 더디게 갈 즈음

풀잎 따다가

추억을 그렸다

소녀는 들녘에 나가

한 아름 들꽃을 꺾었다

초가집 툇마루에 앉아

하나씩 하나씩

화병에 담았다

벽장에 가지런히 놓인

할머니 영정사진

그리움 담아 들꽃을 올려놓았다

빛바랜 사진 속에

할머니는 빙그레 웃고 계셨다.

 

 


 

수평선 - 김정미

 

 

뜨거웠던 여름날

그대 또한

마주했던 나의 그림자

 

동으로 가든 서로 가든

운명처럼 만나는 곳이 있어

 

지워도 지운 게 아니었고

비워도 비운 게 아니었어

 

 


 

선흘 덩굴원 김순이

 

 

어근비근 얽엉 사는 덩쿨 집

 

박쥐추룩 천장에 ᄃᆞᆯ아전 싯다

ᄂᆞᆯ게길 페우질 못ᄒᆞ는 욜매덜

안적 지져운 맛을 더 봐사 ᄒᆞᆯ 생이다

 

얽히고설킨

질이 달른 열두 갈래 질

맞암신가 ᄒᆞ민 뒤틀리곡

 

이질 저질

고붓이 가당 보민

꼿도 피곡 욜매도 욜곡

 

의지암지 ᄒᆞ멍 살민 뒈주기

 

 


 

(표준어 역)

 

선흘 덩굴원

 

 

어슷비슷 엉켜 사는 덩굴 집

 

박쥐처럼 천장에 매달려 있다

날개를 펴지 못하는 열매들

아직 뜨거운 맛을 더 봐야 하나보다

 

얽히고설킨

길이 다른 열두 갈래 길

맞는가 싶으면 뒤틀리고

 

이길 저길

묵묵히 가다 보면

꽃도 피고 열매도 맺고

 

서로 의지하며 살면 되지요

 

 

      *돌과바람문학회 간 돌과 바람 문학2024. 가을(통권 제1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