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곰소항
물떼새 발자국같이 경중경중 놀던 섬들
이제는 섬이 아닌 범섬 곰섬 까치섬
가끔은 섬으로 돌아가 울고 싶은 항구가 있다

♧ 부안 백합죽
수능시험 망쳐도
한해 농사 망쳐도
더 이상 ‘죽 쒔다’는 말 함부로 못하겠네
딱 한술 넘기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이네
바둑판의 고수가 바둑알을 굴리듯
한 숟갈 또 한 숟갈 입안에서 굴리네
곰소만 노을도 꿀꺽
흔적 없이 삼키네

♧ 유턴
보안검색대 통과하면 섬을 뜨는 줄 알았다
강풍과 폭우 속에 항공기 지연 소식
때맞춰 스팸문자 같은
메시지 날아든다
[web발신]
〈전국버스공제조합 사고접수〉
스멀스멀 불안감이 휴대폰을 켜든다
앞 뒷말 다 잘라먹고
“구급차로 이송 중”
꼭 무슨 스릴러물 드라마 주인공처럼
탑승 직전 황급히 유턴하는 보안검색대
저 짧은 메시지에 갇혀
허둥대는 늦가을

♧ 조천 두말치물
아마 작명가의 작명은 아니지 싶다
퍼내고 또 퍼내도 그만치 차오른다
조천포 발치에 와서
썰물에 나 차오른다
아침저녁 유배객들 절을 하는 연북정
무슨 죄목으로 여기까지 내몰렸을까
그 모습 훔쳐보려고
물 길러 온 순덕이
몇 번을 길었다 붓고 길었다 다시 붓고
말 한 번 못 걸어도 사랑은 사랑이다
물허벅 지는 둥 마는 둥
불배나 켜는 바다

♧ 난감하네
하마터면 산 입에 거미줄 칠 뻔했네
여행지 호텔에서 포크로 낫또를 먹다가
꼭 무슨 물귀신 심사에 걸려든 것만 같은
*문순자 시조집 『가끔 섬으로 돌아가 울고 싶을 때가 있다』(작가,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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