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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문순자 시조집 '가끔 섬으로 돌아가 울고 싶을 때가 있다'(3)

by 김창집1 2025. 6. 17.

 

 

곰소항

 

 

물떼새 발자국같이 경중경중 놀던 섬들

 

이제는 섬이 아닌 범섬 곰섬 까치섬

 

가끔은 섬으로 돌아가 울고 싶은 항구가 있다

 

 


 

부안 백합죽

 

 

수능시험 망쳐도

한해 농사 망쳐도

 

더 이상 죽 쒔다는 말 함부로 못하겠네

 

딱 한술 넘기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이네

 

바둑판의 고수가 바둑알을 굴리듯

 

한 숟갈 또 한 숟갈 입안에서 굴리네

곰소만 노을도 꿀꺽

흔적 없이 삼키네

 

 


 

유턴

 

 

보안검색대 통과하면 섬을 뜨는 줄 알았다

강풍과 폭우 속에 항공기 지연 소식

때맞춰 스팸문자 같은

메시지 날아든다

 

[web발신]

전국버스공제조합 사고접수

스멀스멀 불안감이 휴대폰을 켜든다

앞 뒷말 다 잘라먹고

구급차로 이송 중

 

꼭 무슨 스릴러물 드라마 주인공처럼

탑승 직전 황급히 유턴하는 보안검색대

저 짧은 메시지에 갇혀

허둥대는 늦가을

 

 


 

조천 두말치물

 

 

아마 작명가의 작명은 아니지 싶다

퍼내고 또 퍼내도 그만치 차오른다

조천포 발치에 와서

썰물에 나 차오른다

 

아침저녁 유배객들 절을 하는 연북정

무슨 죄목으로 여기까지 내몰렸을까

그 모습 훔쳐보려고

물 길러 온 순덕이

 

몇 번을 길었다 붓고 길었다 다시 붓고

말 한 번 못 걸어도 사랑은 사랑이다

물허벅 지는 둥 마는 둥

불배나 켜는 바다

 

 


 

난감하네

 

 

하마터면 산 입에 거미줄 칠 뻔했네

 

여행지 호텔에서 포크로 낫또를 먹다가

 

꼭 무슨 물귀신 심사에 걸려든 것만 같은

 

 

      *문순자 시조집 가끔 섬으로 돌아가 울고 싶을 때가 있다(작가,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