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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조한일 시집 '낮은 말 받아쓰기'의 시(6)

by 김창집1 2025. 6. 20.

 

 

서점의 도시계획

 

 

서점도 구도심과 신도시로 나뉜다

즐겨 찾는 코너는 신축 증축 개발붐 일고

먼지가 쌓인 외곽은 폐허 혹은 철거 중

 

학군 좋은 명당엔 수능교재 도배 된다

교통 좋은 입지엔 베스트셀러 자리 잡고

직장인 전망 밝히는 처세술 코넌 만원 중

 

자격증 교재 책장엔 중장년들의 분양 신청

인적 드문 시집 코넌 바리케이드 놓였나

한가한 그 동선 따라 번화가로 이동 중

 

 


 

라바콘

 

 

상처를 보듬으려 그어지는 경계선

넘어오다 부딪쳐도 그리 다치진 않아

무심코 툭 치고 갈 땐

도로 세우면 그만이지

 

덧나는 날 있다는 건 단단하지 않다는 말

묵직한 벽면처럼 면박할 수 없는 방어막

점들을 연이어 놓은

간격이 사뭇 느껍다

 

경계를 안고 사는 건 상처를 받았다는 말

흉터가 안 보인다고 안 아픈 건 아니야

우리를 갈라놓는 일

고무처럼 말랑했으면

 

 


 

e티켓

 

 

인쇄의 중량과 시간 들어 올린 종이 근력

목적지는 변함없고 티켓만 바뀌었다

고도를 관통하는 정오

찰나의 에이아이

 

이 세상은 세상, 시위 떠난 화살 궤적

펀치로 뚫던 날들 스마트하게 진화해

산업에 들러붙는 혁명

여기 하나 추가요

 

이까짓 거! 놀라지 않는 절대다수 탑승객

e편하다 e세상 출발과 도착 사이

종이는 피 흘리지 않는

혁명의 저항군이다

 

 


 

햄버거

 

 

먹는 게 서툴러서

먹을 때마다 흘린다

 

입이 얼마나 커야

흔적 없이 넘길까

 

티슈로 입을 닦으며

앙다무는 오버투어리즘

 

 


 

검정 고무신

 

 

던져라 벗어던져라,

그해 여름 몸짓이여

제단의 검정 고무신 들풀 같던 목숨들

오름도 바람도 따라오던 마지막 슬픈 행로

 

몸 대신 트럭 밖에 나뒹굴던 고무신

아들아 아내여 내 가는 곳 어딘지 몰라

경인년 예비검속은 이 섬에 던진 그물

 

탄약 냄새 밴 섯알오름 두 웅덩이에 모아놓고

누구냐 생사여탈 제멋대로 휘두른 자

산산이 부서진 임들이여,

이젠 편히 신으소서

 

 

                  *조한일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가히,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