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점의 도시계획
서점도 구도심과 신도시로 나뉜다
즐겨 찾는 코너는 신축 증축 개발붐 일고
먼지가 쌓인 외곽은 폐허 혹은 철거 중
학군 좋은 명당엔 수능교재 도배 된다
교통 좋은 입지엔 베스트셀러 자리 잡고
직장인 전망 밝히는 처세술 코넌 만원 중
자격증 교재 책장엔 중장년들의 분양 신청
인적 드문 시집 코넌 바리케이드 놓였나
한가한 그 동선 따라 번화가로 이동 중

♧ 라바콘
상처를 보듬으려 그어지는 경계선
넘어오다 부딪쳐도 그리 다치진 않아
무심코 툭 치고 갈 땐
도로 세우면 그만이지
덧나는 날 있다는 건 단단하지 않다는 말
묵직한 벽면처럼 면박할 수 없는 방어막
점들을 연이어 놓은
간격이 사뭇 느껍다
경계를 안고 사는 건 상처를 받았다는 말
흉터가 안 보인다고 안 아픈 건 아니야
우리를 갈라놓는 일
고무처럼 말랑했으면

♧ e티켓
인쇄의 중량과 시간 들어 올린 종이 근력
목적지는 변함없고 티켓만 바뀌었다
고도를 관통하는 정오
찰나의 에이아이
이 세상은 세상, 시위 떠난 화살 궤적
펀치로 뚫던 날들 스마트하게 진화해
산업에 들러붙는 혁명
여기 하나 추가요
이까짓 거! 놀라지 않는 절대다수 탑승객
e편하다 e세상 출발과 도착 사이
종이는 피 흘리지 않는
혁명의 저항군이다

♧ 햄버거
먹는 게 서툴러서
먹을 때마다 흘린다
입이 얼마나 커야
흔적 없이 넘길까
티슈로 입을 닦으며
앙다무는 오버투어리즘

♧ 검정 고무신
던져라 벗어던져라,
그해 여름 몸짓이여
제단의 검정 고무신 들풀 같던 목숨들
오름도 바람도 따라오던 마지막 슬픈 행로
몸 대신 트럭 밖에 나뒹굴던 고무신
아들아 아내여 내 가는 곳 어딘지 몰라
경인년 예비검속은 이 섬에 던진 그물
탄약 냄새 밴 섯알오름 두 웅덩이에 모아놓고
누구냐 생사여탈 제멋대로 휘두른 자
산산이 부서진 임들이여,
이젠 편히 신으소서
*조한일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 (가히,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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