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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문순자 시조집 '가끔 섬으로 돌아가 울고 싶을 때가 있다'(4)

by 김창집1 2025. 6. 23.

 

 

구슬거울

     -장 미셀 오토니엘

 

 

는 어디서든 날 비추는 거울이었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전시관 한가운데

구슬 속 나를 찍다가 나를 찍는 구슬을 보네

 

수많은 거울 속에 대책 없이 갇혀버린

사방에서 되비치는 내 모습에 내가 놀라

그 자리 얼굴을 들고 서 있을 수 없었네

 

 


 

선흘곶자왈

 

 

낮에는 새들 천지 밤에는 풀벌레 천지

 

지향성 마이크로 저들의 소릴 채록한다

 

43 그 파일을 열듯 새가슴 쓸어내린다

 

 

필터 없이 앞사람과 3미터 거리를 두면

 

가끔은 딱따구리 끌끌끌 혀 차는 소리

 

몇 년쯤 지나고 나면 이마저 사라질 것 같은

 

 


 

매화노루발풀 꽃

 

 

눈 족은 사람에겐

 

눈길 한 번 주질 않네

 

새미오름 둘레길 칼선다리 폭포 근처

 

초여름 문턱에 기대어

 

큰냥* 하는 것만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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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체 또는 거만한 행세를 가리키는 제주어

 

 


 

어느 봄날

 

 

근육은 더 늘려도 테이프는 늘리지 마라

제주농업기술센터 스포츠 테이핑 강의시간

강사의 말 한 마디가

꼭 무슨 진언 같다

 

일자형 테이프 두 개

30센티 15센티 길이

단무지 장무지신근 해부학적 코담배갑*

낯설은 방아쇠증후근

불러낸 저 이름들

 

더러는 받아 적고 더러는 흘려보내며

그러다가 툭 하고 볼펜을 떨어뜨린다

딸까닥

총을 쏠래도

당길 수 없는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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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등 엄지 위쪽 삼각형 테두리로 움푹 패인 공간.

이곳에 마약을 올려두고 흡입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국제시장 돼지국밥

 

 

먹는 것 하나에도 시대상이 묻어난다

625 그 난리 통에 부산까지 피난 와서

북녘 땅 고향 그리며

설렁탕 대신 먹었다는

 

펄펄 끓는 뚝배기에 베지근한 사골국수

눈물 반 그리움 반

게눈 감추는 수육 몇 점

남포동 돼지국밥을 제주에서 먹는다

 

 

            *문순자 시조집 가끔 섬으로 돌아가 울고 싶을 때가 있다(작가,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