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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의 시(10)

by 김창집1 2025. 10. 18.

 

 

전상서

 

 

어머님

겨울 눈밭은

솔바람 내려와 나비처럼

눈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뵙고 오는 길

석양이 저물고

바다 위를 날으는 기내 창밖

하늘길 초승이 보입니다

별이 보석으로 빛납니다

 

제주 바다 위를 나는 날개는

물살을 해치듯

흔들리며 먹구름을 흘려 보내고

머잖아 땅위를 밟을 거예요

 

어머님!

하늘의 부르심을 기다리며

두손 모두 깍지 낀 채

손가락 마디마디 맺힌

사형제 향한

간절한 당신의 기도를

간직하며 지키겠습니다

어머님!

 

 



가을밤

 

 

창가로 돌아 눕는다

그해 팔월의 새벽비

처벅처벅 꿈길를 낸다

 

젖은 발목으로 떠나는

뒷모습이 아프다

강물 따라 물결 이루며 건넜을까

 

매일밤 창가 쪽으로

돌아눕는 어머니

구슬픈 귀뚜리 이명으로 옵니다

 

 

 

 

달무리

 

 

갈빗집 아르바이트하고

늦은 시각 집으로 오는

아들 모습 지아비 닮다

 

졸음에 겨운 눈을 하고

먼지바람 함께 오는

내 눈에 출렁이는 물동이

 

사랑아

어서 오려무나

땀내음 젖은 머리카락 이마 맞대니

저 깊은 하늘가 달무리 진다

 

 



그리움이 있는 곳

 

 

제비 한 쌍 날아들어

둥지를 트는 집

 

한라산 자락

치마폭으로 감싸 안은

뜰 안 가득 모란꽃 피다

 

먼 산 바라보며

등 기대어 앉은 노부모님

 

네 자매 딸보다 먼저

문안드리는 새끼 제비

나란히 앉은 집

 

어여 어여 가거라"

모처럼 찾아뵙는 딸

갈 길 먼저 걱정하는 어머니

 

손사래 치며 짚는 돌담 아래

무더기로 피어 있는

제비꽃 보라

 

어머니 꽃고무신 놓고 갑니다

 

 



뒤란의 목화

 

 

유난히 추위를 티는 딸을

시집보내며

등 시리면 껴입어라"

차렵저고리 주시던 어머니

 

머리에 쪽지고

언제나 하안 치마저고리 모습으로

신앙생활 하시던 어머니 일생은

엄숙한 외곬 인생

 

뒤뜰에 심은 한 그루 목화도

세월 따라 어머니 노년처럼

빈 가슴 메마른 젖꼭지로

눈보라를 견디는데

 

하얀 그리움에 목이 메어도

차마 어머니" 하고 부르지 못합니다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한그루,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