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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고성기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의 시(1)

by 김창집1 2025. 10. 17.

 

 

시인의 말

 

 

섬은

내가 낳고 자라서

결국 묻힐 곳이다

내가 섬이다

내가 낳은 시들도 섬이 되어 여기 묻힐 것이다

섬은 온통 그리움과 기다림이니

고독과 단절이 낳은 숙명이다

그리움도

기다리다 잦아지면

 

짜다

 

 

                                          20259

 

                                                  고성기

 

 



섬은 왜 짤까

 

 

파도와 맞서 싸운

당신은 섬입니다

그 섬이 나를 낳았으니

나 또한 섬입니다

나 역시

섬을 낳아서

섬끼리 모여 삽니다

 

섬은 늘 뭍을 보고

파도는 가로막습니다

발끝까지 짠 것이

이유가 있는 게지요

그래서

마르지 않아도

그리움은 짠 것이지요

 

 



바다는

 

 

바다는 예전부터 나눗셈을 모른다

밀물과 썰물은 다시 합쳐 바다일 뿐

언제나

편 가르지 않고

그냥 오고 그냥 간다

 

밀어내는지 당기는지

모른다 멍하니 볼 뿐

그래도 하루 두 번 밀려오고 밀려간다

난 몰라

사람이나 알지

품 넓으면 말이 없다

 

너를 밀어낸 적도 없고

너에게 돌아선 적도 없다

그 높이 그 깊이로

바라볼 뿐이었다

바다는

그래서 짜나

섬이나 바라볼 뿐

 

 



섬에는

 

 

이 섬에선 어딜 가나

기다림만 모여 산다

 

도항선 타고 오는 아들을 기다리고 낚시 간 남편의 돌돔을 기다리고

소라 해삼 잡으려고 썰물을 기다린다 아 오늘은 딸 사위가 오는 날

전복의 외출을 기다린다 왜 기다림은 매일 짤까

 

섬에선

아무리 둘러봐도

기다림밖에 없다

 

이 섬에는 어딜 가나

그리움만 널려있다

 

유채꽃밭에 떨어진 사연도 줍고 책상 앞 흑백 사진에 아버지도 웃고 있고

별이 떨어진 숲길에는 속삭임도 잠들어 있다 아직도 오지 않는 그 사람 오늘은 밉지 않다

 

이 섬엔

그리움도 짜다

보고 싶을수록 더 짜다

 

 



모슬포 자리

 

 

내 고향

한림 앞 바다

쉬자리가 맛있다

보목리 사람들은

서귀포 자리

최고란다

발길은

모슬포 항구

, 벌써 쏘주 한 병

 

 

    *고성기 여섯 번째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그림과책,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