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인의 말
섬은
내가 낳고 자라서
결국 묻힐 곳이다
내가 섬이다
내가 낳은 시들도 섬이 되어 여기 묻힐 것이다
섬은 온통 그리움과 기다림이니
고독과 단절이 낳은 숙명이다
그리움도
기다리다 잦아지면
짜다
2025년 9월
고성기

♧ 섬은 왜 짤까
파도와 맞서 싸운
당신은 섬입니다
그 섬이 나를 낳았으니
나 또한 섬입니다
나 역시
섬을 낳아서
섬끼리 모여 삽니다
섬은 늘 뭍을 보고
파도는 가로막습니다
발끝까지 짠 것이
이유가 있는 게지요
그래서
마르지 않아도
그리움은 짠 것이지요

♧ 바다는
바다는 예전부터 나눗셈을 모른다
밀물과 썰물은 다시 합쳐 바다일 뿐
언제나
편 가르지 않고
그냥 오고 그냥 간다
밀어내는지 당기는지
모른다 멍하니 볼 뿐
그래도 하루 두 번 밀려오고 밀려간다
난 몰라
사람이나 알지
품 넓으면 말이 없다
너를 밀어낸 적도 없고
너에게 돌아선 적도 없다
그 높이 그 깊이로
바라볼 뿐이었다
바다는
그래서 짜나
섬이나 바라볼 뿐

♧ 섬에는
이 섬에선 어딜 가나
기다림만 모여 산다
도항선 타고 오는 아들을 기다리고 낚시 간 남편의 돌돔을 기다리고
소라 해삼 잡으려고 썰물을 기다린다 아 오늘은 딸 사위가 오는 날
전복의 외출을 기다린다 왜 기다림은 매일 짤까
섬에선
아무리 둘러봐도
기다림밖에 없다
이 섬에는 어딜 가나
그리움만 널려있다
유채꽃밭에 떨어진 사연도 줍고 책상 앞 흑백 사진에 아버지도 웃고 있고
별이 떨어진 숲길에는 속삭임도 잠들어 있다 아직도 오지 않는 그 사람 오늘은 밉지 않다
이 섬엔
그리움도 짜다
보고 싶을수록 더 짜다

♧ 모슬포 자리
내 고향
한림 앞 바다
쉬자리가 맛있다
보목리 사람들은
서귀포 자리
최고란다
발길은
모슬포 항구
아, 벌써 쏘주 한 병
*고성기 여섯 번째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 (그림과책,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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