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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허유미 시집 '바다는 누가 올려다 보나'의 시(1)

by 김창집1 2025. 10. 22.

 

 

시인의 말

 

 

다시, 바다로 왔다.

 

모든 시는 안으로 잠수하는 일.

 

물속엔 아직,

 

말이 되지 못한 것들이 떠다닌다.

 

 

                          2025년 가을

 

                                   허유미

 

 

 

숨비소리

 

 

파도는 조용히 철썩인다

엄마는 숨비소리 작게 내쉬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살기 위해

죽기 위해 매달리는 바다

 

 

 

 

 

 

섬이 있다

내가 섬이라고 모르고 자라던 곳에

섬이 있다

 

밤새 돌아눕기를 반복하며

섬을 가늠했다

 

왼쪽으로 돌아누우면 절벽 같은 잇몸만 남은 할머니가

내 몸을 긁어 주다 거웃 털을 만지면 좋아했다

 

할머니는 밤마다 소녀를 토하여 나를 먹였다

와글와글 짠맛에 침을 뱉으면

높하늬바람이 일어

파도가 점을 뚫을 것처럼 몰려오고

할머니는 웃었다

몸 안에 웃음은 남기지 말아야 할 것처럼

눈알이 빠질 듯이 고래고래 웃는 소리가

니년도 니년도메아리로 소용돌이치는 것을 듣게 되면

갓 태어나 섬이 내뱉는 말을 배우는 거라고

 

섬이 있다

붙잡힌 적 없는데 끌려온 곳에

 

섬이 있다

밤새 신발을 찾으며 섬을 가늠했다

 

오른쪽으로 돌아누우면 엄마가 나를 당기며

섬이 어디 있다는 거야?

내가 될 너밖에 안 보이는구나"

어디까지 섬일지 모를 섬이 있다

 

 



뿔소라 편지

 

 

두린* 딸아

뿔소라는 수족관에 오래 두면

뿔이 사라져 버린다

 

바다가 부아 나 창자를 뱉을 기세로

광란이 나면

배도 뒤집히고 물고기도 뒤집혀 튀어 오르고

반짝이며 살던 것들이

물살에 휩쓸릴 때

 

뿔소라는 바위 고냥에 뿔을 뻗어

물살을 견디며 애를 쓰며 산다

그게 뿔소라 사는 낙이지

 

그런 뿔소라 한 망사리 캐며 산다고

깊은 눈물 바다에 가라앉히지 말아라

 

바다에 있으면

세월에 휩쓸리지 않는다

 

세월이 나 못 데려가고 혼자 가는데

뭐라도 먹여 보내야 할 것 같아

무릎 내주고 이 몇 개 내주고 한 거다

 

내주고 나면 견디고 애쓰는 힘을 알아

내가 무서워 바다 광란도 멈추는 거다

 

어깨가 뒤틀린 게 아니고 뿔이 돋고 있는 거다

 

소라 철에는 사는 낙이 파도를 펄쩍 뛰어넘을 때이니

설운 아기처럼 전화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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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의 제주어

 

 



게우*

 

 

상처가 있다

얼굴 절반을 파묻혀 먹고 있다

먹히고 있어 보인다 해도 변명은 없다

 

상처 난 까닭을 알기 위해

어느 상처가 크고 작은지

재기 위해 우는 시간 대신

너와 게우를 먹겠다

 

하룻밤 게우를 들여다보아도

게우 생김새를 묘사할 수 없고

색깔조차도 말할 수 없는데

게우가 바다의 상처라고 가슴에 새긴다

 

거센 파도와 맞설수록 깊은 바다를 알수록

게우 맛은 진해진다

거세고 깊은 만남에 상처가 없다면

바다는 문장이 아니라 단어로 굳어졌을 거다

 

문장은 속을 볼 수 있고 단어는 속을 볼 수 없다

상처로 내 속과 네 속을 보아도

우리는 바다를 떠나지 않는다

 

상처받아도 상처를 줘도

삶이 성에 차지 않아서

너와 게우를 먹겠다

 

게우 맛은 상처가 상처를 걱정하는 맛

바다에서 놓치고 흩어진 것들은 상처로 남아

파도가 달려오다 넘어지는 것은

뭍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게우의 말

 

나는 파도인지 뭍인지 고민하는 시간 동안

너와 게우를 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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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복 내장의 제주어.

 

 

             *허유미 시집 바다는 누가 올려다 보나(걷는사람,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