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나기철 시집 '담록빛 물방울'의 시(7)

by 김창집1 2023. 12. 12.

 

 

 

입도入島

 

 

벌초 끝난

남평문씨 몰래물파

가족묘지

 

입도 22대에서

27대까지

배우자와 나란히

묻혀 있다

 

입도 2

외아들 나는

아버지 어머니

양지공원 납골당,

외아들 싱가폴

 

제주 바다

말아졌다 펼쳐지고

 

 

 

 

그 노래

 

 

  제주 사람들은 50년대 가요 송민도의 서귀포 사랑을 잘 모르데. 어릴 때 여기로 흘러들어온 나는 이 노래가 너무 좋은데. 거긴 아마 육이오 피난살이 서울의 한숨이 묻어서일까. 아버지도 어머니도 이젠 여기 없는.

 

 

 

 

어머니

 

 

초겨울 밤

시청 앞 건널목

가로등 옆

늙지 않은 여자

검정 비닐에 싼

밀감, 바나나 네 묶음

앞에 앉아

몰래 울고 있다

 

밀감, 만 원 내미니

오천 원이라며

바꿔오겠다고

일어서려 한다

 

쑥부쟁이 하나

피었다

 

 

 

 

아내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가

나태주 시인의 책 속

반의 반이라는 글을 읽다가

아내 생각에 울컥,

눈물이 나왔다

 

어머니 생각하면서는

자주 울었는데

처음이다

 

한참 있다 그 옆 김밥천국에

가면서

또 울었다

 

 

 

 

환한 날

     -

 

 

섬에 와

어머니

일찍 돌아가셨다

생각하면

캄캄하다

 

내가 그랬어도

어머니

그랬을 거다

 

 

 

        *나기철 시집 담록빛 물방울(서정시학 서정시 150, 202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