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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서귀포문학' 2023년 제35호의 시(2)

by 김창집1 2023. 12. 11.

 

 

[오승철 추모 특집]

 

 

서귀포 바다

 

 

친구여

우리 비록

등 돌려 산다 해도

 

서귀포 칠십리

바닷길은 함께 가자

 

가을날 귤처럼 타는

저 바다를 어쩌겠나

 

 

 

 

서귀포 한 쪽

 

 

눈발이 펏들펏들

서귀포 동문로터리

시외버스 끊겼지만 국밥을 말고 보자

택시비 그게 문젠가? ‘비틀길을 메고 간다

 

20221223일 오후 950

이 길이 십 년 후면 나를 기억해 줄까

변변한 시 한 편 없이 찾아온

서귀포 한 쪽

 

 

 

 

그리운 붉바리

 

 

파장 무렵 오일장 같은

고향에 와 투표했네

수백 년 팽나무 곁에 함께 늙은 마을회관

더러는 이승을 뜨듯 주섬주섬 돌아서네.

돌아서네 주섬주섬

저 처연한 숨비소리

살짝 번진 치매낀가 어느 해녀 숨비소리

방에서 자맥질하는 그 이마를 짚어보네

 

작살로 쏜 붉바리 푸들락 도망친다고

팔순 어머닌 자꾸

허공을 겨냥하지만

결국엔 민망해져서 피식 웃을 뿐이지만

어디로 떠났을까

몽고반점 그 고기는

마지막 제의祭儀이듯 물질을 끝냈을 때

한 생애 땟국 같은 일 초경처럼 치른 노을

 

 

 

 

남극노인성

 

 

우러러 우러르라 장수의 별 뜨는 마을

서울, 평양, 제주시 그 어디도 안중에 없고

서귀포 그리움의 땅 칠십리로 오시는 별

 

한여름 밤 지배하던 전갈자리 떠난 하늘

불배들 간절한 꿈 하늘 닿아 타오르는

호박꽃 다 졌는데도 반딧불처럼 떠도는 별

 

아버지 저 바다에서 무슨 꿈 그리는가

할망당에 두 손 모으듯 그 무엇을 빌고 있나

우러러 우러르시라 별의 마을 서귀포

 

 

 

 

멩게 차

 

 

서귀포 가는 길에

쌍계암에 들렀습니다.

그냥 빌고 싶어

연락 없이 들렀습니다.

몇 방울 싸락눈 흘린

멩게차도 받아 듭니다.

 

사오월 이 들녘에

멩게 꽃 안 핀다면

그 누가 거린사슴에

기도 한번 바쳐줄까요

빨간 열매에 대고

고백 한번 해 줄까요

 

 

* 서귀포문인협회 간 서귀포 문학2023년 통권 35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