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흔 살, 전기傳記
나를 훑고 지나간 바람들
탈모증 있는
저 새별오름 대하듯
내 정수리 꼭 할퀴고 갔지
사는 동안
사연 많다고
책 몇 권 채우겠다 싶었는데
내몸
꼭대기 좀 시려도
하늘 아래 아직 오롯하네
새벽녘 첫울음 터트린 후
이제금 돌아보니
칠십 년 동안 별일 없었네

♧ 어머니 제삿날
사월 초파일
아버지와 합제한 어머니 제삿날
텃밭 팽나무도
가지가지 새싹 눈을 떴어요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지요
마당의 단풍나무,
담쟁이를 입은 장독,
꽃눈물 다 떨군 동백 앞에서
흰머리 날리는 나,
오래전 어머니 눈 속에
다 들어있던 것들이
어머니를 보고 싶어서지요

♧ 예순일곱, 청개구리
비 오는 날
탑동 주막집을 생각하며
철없는 예순일곱이 길을 나서는데
오월 장마 들앉아
꽃들이 울고 있는 마당으로
청개구리 하나 들어선다
하늘에 사시는 어머니
비를 타고 내려오셨나 보다
살아계시는 동안
잘못된 나를 품고 꼭꼭 감추시더니
그 모습으로 환생하셨나
이 빗줄기에 어디를 나가니
갹갹갹갹 빤히 쳐다본다
그래도 등 돌리고 나서는 발걸음
예순일곱 살 청개구리

♧ 폭낭 우티 가냐귀
ᄂᆞᆯ게기 제우 흥글어 뎅이는
우리 폭낭 우티 가냐귀
느량 날 바력바력 ᄒᆞ는 저 가냐귀
우리 어명 살아실 때 봐 난 가냐귀다
까옥 까옥 소리는
조팟디 앚인 생이 다울리던
우리 어명 쉰 목청이다
하늘러레 올르는 폭낭 가젱인
콩밧디 든 장꿩 훙이던
우리 어명 거치른 손이다
아니다 아니다
우리 폭낭 우디 저 가냐귀
날 두고 ᄂᆞ시 못 떠나는
시상더레 칭원ᄒᆞᆫ 우리 어멍이다

♧ 무사꽈
어멍이 맹글아 준 나이가
독ᄆᆞ릅에 하영 들어앚인 생인고라
오몽ᄒᆞᆯ 때마다
ᄃᆞᆫ직ᄒᆞ연 절룩거리는 요ᄀᆞ리
오널은 ᄇᆞᄅᆞᆷ 센 날
서러레 터박터박 걸어간 해가
도들오름 넘어산 벌겅케 털어져 가고
나 소곱에 사는 젊은 소나이 ᄒᆞ나
ᄂᆞ시 안 오는 누겔 지드렴신가
몰레물 갯ᄀᆞᆺ디 소주펭 들런 앚앗수다
헤지기붉음 아래
바당이
비눌 ᄆᆞᆫ 벳겨지멍
ᄇᆞᄅᆞᆷ광 부작투작 ᄒᆞ는디
젊은 소나이는 ᄒᆞᆫ숨이우다 나 무사꽈
*양전형 시집 『나 다시 필 거야』 (한그루,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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