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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양전형 시집 '나 다시 필 거야'의 시(11)

by 김창집1 2026. 3. 20.

 

♧ 일흔 살, 전기傳記

 

나를 훑고 지나간 바람들

탈모증 있는

저 새별오름 대하듯

내 정수리 꼭 할퀴고 갔지

 

사는 동안

사연 많다고

책 몇 권 채우겠다 싶었는데

 

내몸

꼭대기 좀 시려도

하늘 아래 아직 오롯하네

새벽녘 첫울음 터트린 후

이제금 돌아보니

칠십 년 동안 별일 없었네

 

 

 

♧ 어머니 제삿날

 

사월 초파일

아버지와 합제한 어머니 제삿날

텃밭 팽나무도

가지가지 새싹 눈을 떴어요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지요

마당의 단풍나무,

담쟁이를 입은 장독,

꽃눈물 다 떨군 동백 앞에서

흰머리 날리는 나,

오래전 어머니 눈 속에

다 들어있던 것들이

어머니를 보고 싶어서지요

 

 

 

♧ 예순일곱, 청개구리

 

비 오는 날

탑동 주막집을 생각하며

철없는 예순일곱이 길을 나서는데

오월 장마 들앉아

꽃들이 울고 있는 마당으로

청개구리 하나 들어선다

 

하늘에 사시는 어머니

비를 타고 내려오셨나 보다

살아계시는 동안

잘못된 나를 품고 꼭꼭 감추시더니

그 모습으로 환생하셨나

 

이 빗줄기에 어디를 나가니

갹갹갹갹 빤히 쳐다본다

그래도 등 돌리고 나서는 발걸음

예순일곱 살 청개구리

 

 

 

♧ 폭낭 우티 가냐귀

 

ᄂᆞᆯ게기 제우 흥글어 뎅이는

우리 폭낭 우티 가냐귀

느량 날 바력바력 ᄒᆞ는 저 가냐귀

우리 어명 살아실 때 봐 난 가냐귀다

 

까옥 까옥 소리는

조팟디 앚인 생이 다울리던

우리 어명 쉰 목청이다

 

하늘러레 올르는 폭낭 가젱인

콩밧디 든 장꿩 훙이던

우리 어명 거치른 손이다

 

아니다 아니다

우리 폭낭 우디 저 가냐귀

날 두고 ᄂᆞ시 못 떠나는

시상더레 칭원ᄒᆞᆫ 우리 어멍이다

 

 

 

♧ 무사꽈

 

어멍이 맹글아 준 나이가

독ᄆᆞ릅에 하영 들어앚인 생인고라

오몽ᄒᆞᆯ 때마다

ᄃᆞᆫ직ᄒᆞ연 절룩거리는 요ᄀᆞ리

 

오널은 ᄇᆞᄅᆞᆷ 센 날

서러레 터박터박 걸어간 해가

도들오름 넘어산 벌겅케 털어져 가고

 

나 소곱에 사는 젊은 소나이 ᄒᆞ나

ᄂᆞ시 안 오는 누겔 지드렴신가

몰레물 갯ᄀᆞᆺ디 소주펭 들런 앚앗수다

 

헤지기붉음 아래

바당이

비눌 ᄆᆞᆫ 벳겨지멍

 

ᄇᆞᄅᆞᆷ광 부작투작 ᄒᆞ는디

젊은 소나이는 ᄒᆞᆫ숨이우다 나 무사꽈

 

 

                    *양전형 시집 『나 다시 필 거야』 (한그루,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