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도入島
벌초 끝난
남평문씨 몰래물파
가족묘지
입도 22대에서
27대까지
배우자와 나란히
묻혀 있다
입도 2대
외아들 나는
아버지 어머니
양지공원 납골당,
외아들 싱가폴
제주 바다
말아졌다 펼쳐지고
♧ 그 노래
제주 사람들은 50년대 가요 송민도의 ‘서귀포 사랑’을 잘 모르데. 어릴 때 여기로 흘러들어온 나는 이 노래가 너무 좋은데. 거긴 아마 육이오 피난살이 서울의 한숨이 묻어서일까. 아버지도 어머니도 이젠 여기 없는.
♧ 어머니
초겨울 밤
시청 앞 건널목
가로등 옆
늙지 않은 여자
검정 비닐에 싼
밀감, 바나나 네 묶음
앞에 앉아
몰래 울고 있다
밀감, 만 원 내미니
오천 원이라며
바꿔오겠다고
일어서려 한다
쑥부쟁이 하나
피었다
♧ 아내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가
나태주 시인의 책 속
‘반의 반’이라는 글을 읽다가
아내 생각에 울컥,
눈물이 나왔다
어머니 생각하면서는
자주 울었는데
처음이다
한참 있다 그 옆 김밥천국에
가면서
또 울었다
♧ 환한 날
-둘
섬에 와
어머니
일찍 돌아가셨다
생각하면
캄캄하다
내가 그랬어도
어머니
그랬을 거다
*나기철 시집 『담록빛 물방울』 (서정시학 서정시 150, 202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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