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퍼플교 – 이학균
천 개의 섬이 있다
천 개의 별이 떠 있다
섬에 사랑을 심고
바다에 그리움을 담으며
걸어서 육지에 가고 싶다는
할머니의 곰국 같은 바람
섬과 섬이
보랏빛 별자리가 되어
마침내 육지의 끝에 닿았다

♧ 봄 바다 – 이윤진
찰싹거리는 파도 소리
봄 바다는 애써 몸을 가다듬고
검은 모래밭에는
녹색 트랜지 코트가 도두 보인다
남빛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딸은
바다는 왜 코발트 빛인지
아무런 이유를 묻지 않는다
멀리 흘러가는 구름이
고즈넉한 봄 바다를 떠다닌다
그때,
빙글빙글 도는 갈매기
두 사람 말을 잃고
바다만 바라보며 서 있다
여수바다에서
하늘을 나는 갈매기도
봄 바다를 노래하는
파도 소리와 함께
수평선으로 흘러간다

♧ 아따, 여그가 무릉도원 - 이수미
기타 하나 메고
룰루랄라
순화궁 고개
넘어서다가
철쭉꽃 더미에
풍덩
봄볕을
배불리 머금은
그 진홍빛 속으로
나도
덩달아
풍덩
아따
여그가
무릉도원이구먼

♧ 밀물 - 이상욱
달을 등에 업은
바다의 공약,
약속은 매번 같은 자리로 몰려온다
굳게 입을 다문 파도는
낯선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모래벌판 위에 거품만 뱉어 놓고
제 숨결로 물러선다
토끼도 계수나무도 없는 달빛,
환상은 그림자만 남기고
소문처럼 번져 어둠을 짙게 만든다
고래 한 마리 누운 자리,
칠게들이 춤을 추고
그 위를 덮는 물결은
아무 일 없는 듯 처음처럼 되돌아간다
이정표 하나 없는 길 위에서
어느 쪽으로 밀려야 할지 모른다

♧ 봄바람 – 오설
봄바람 일면
중첩된 그리움에
가슴 먹먹해지는 날이 있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꼬리 잘린 여자에게는
공들여 단장해 보는 그런 날이 있다
달항아리 같던 고운 살갖이
질항아리 같아질 때,
꽃 분내 피우는 낯선 날이 있다
얇실한 입술
진달래 꽃물 들이고
토실한 뺨
자목련 피우며
봄바람에 유린되고 마는 이상한 날이 있다
*월간 『우리詩』 5월호 통권 제455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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