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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월간 '우리詩' 5월호의 시(2)

by 김창집1 2026. 5. 25.

 

♧ 퍼플교 – 이학균

 

천 개의 섬이 있다

천 개의 별이 떠 있다

 

섬에 사랑을 심고

바다에 그리움을 담으며

 

걸어서 육지에 가고 싶다는

할머니의 곰국 같은 바람

 

섬과 섬이

보랏빛 별자리가 되어

 

마침내 육지의 끝에 닿았다

 

 

 

♧ 봄 바다 – 이윤진

 

찰싹거리는 파도 소리

봄 바다는 애써 몸을 가다듬고

검은 모래밭에는

녹색 트랜지 코트가 도두 보인다

남빛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딸은

바다는 왜 코발트 빛인지

아무런 이유를 묻지 않는다

멀리 흘러가는 구름이

고즈넉한 봄 바다를 떠다닌다

그때,

빙글빙글 도는 갈매기

두 사람 말을 잃고

바다만 바라보며 서 있다

여수바다에서

하늘을 나는 갈매기도

봄 바다를 노래하는

파도 소리와 함께

수평선으로 흘러간다

 

 

 

♧ 아따, 여그가 무릉도원 - 이수미

 

기타 하나 메고

룰루랄라

 

순화궁 고개

넘어서다가

 

철쭉꽃 더미에

풍덩

 

봄볕을

배불리 머금은

 

그 진홍빛 속으로

 

나도

덩달아

풍덩

 

아따

 

여그가

무릉도원이구먼

 

 

 

♧ 밀물 - 이상욱

 

달을 등에 업은

바다의 공약,

약속은 매번 같은 자리로 몰려온다

 

굳게 입을 다문 파도는

낯선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모래벌판 위에 거품만 뱉어 놓고

제 숨결로 물러선다

 

토끼도 계수나무도 없는 달빛,

환상은 그림자만 남기고

소문처럼 번져 어둠을 짙게 만든다

 

고래 한 마리 누운 자리,

칠게들이 춤을 추고

그 위를 덮는 물결은

아무 일 없는 듯 처음처럼 되돌아간다

 

이정표 하나 없는 길 위에서

어느 쪽으로 밀려야 할지 모른다

 

 

 

♧ 봄바람 – 오설

 

봄바람 일면

중첩된 그리움에

가슴 먹먹해지는 날이 있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꼬리 잘린 여자에게는

공들여 단장해 보는 그런 날이 있다

 

달항아리 같던 고운 살갖이

질항아리 같아질 때,

 

꽃 분내 피우는 낯선 날이 있다

 

얇실한 입술

진달래 꽃물 들이고

토실한 뺨

자목련 피우며

봄바람에 유린되고 마는 이상한 날이 있다

 

 

                                       *월간 『우리詩』 5월호 통권 제455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