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한 빗자루의 반란
나는 낮은 돌로 누워 있었지
세상의 찌꺼기를 씹어 삼키며-
누군가는 그것을 깨끗함이라 불렀지.
허나 내 균열 속에선 웃음이 스며들어,
질서라는 이름의 굴레를 비웃는다.
검정 구두가 흩뿌린 먼지를 주웠고,
탐욕의 잔치 끝에 남은 찌꺼기를 쓸었다.
질서라 불리던 것은, 사실
쓰레기를 감추는 화려한 장막이었으니.
사자는 바위 위에서 포효했고,
늑대는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눈으로-
토끼조차 약자의 얼굴로 풀을 뜯었지만,
그것은 노인의 밭에서 훔친 것이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쓰레기를 담지 않는다.
나는 깨끗함 뒤에 숨은 오물을 드러낸다.
그들을 한데 모아 휘몰아치리라,
오직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욕망으로-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서로를 밀어 넣으리.
성좌의 의자가 부서진 나뭇조각처럼 뒹굴고
박수 치던 손바닥은 재로 사라지리라.
그리고 남은 것은,
새싹이 움트는 텅 빈 바닥뿐.
나는 그 폐허 위에 서서 손을 흔드리라.
이것이 내가 꿈꾼 반란이다.
나의 반란은 더러운 자를 쓸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쌓은 허위의 성벽을 쓸어내는 것이다.

♧ 좌표 없는 불꽃
흔들리는 바퀴로 굴러가는 내 얼굴은
어디서 굴러와 먼 곳으로 가는가
낯선 골목길을 홀로 구르던 굴렁쇠처럼
LED 삼파장 램프 빛 아래,
붉은 끈의 매듭에서 터져나오는
내 안의 조용한 울음
그 울음은 나를 멈추게 하지만,
고요 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숨은 음성이 있다.
어두운 공터에도 새벽은 찾아오고,
분노의 먼지로 가득한 골방에도
빛은 막힘없이 찾아 들어온다.
없었던 좌표를 그리며 그 길 위에서
나는 두리번거리는 발자국으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을
더듬듯 그려간다.
공허의 긴 파도 위에서도
나는 등대 불빛으로 고개를 돌리리.
비록 해일이 몰아치더라도,
면 곳의 푸르름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넉넉하다.
결국 언제까지나 미완일 것이다.
그러나 그 미완의 흔들림조차
내일을 항해 달려가는
가장 단단한 불꽃으로 피우리라.

♧ 가면 속 자화상
날마다 잿빛 어둠이 나를 감싼다.
헤트라이트는 절대자처럼 눈을 부라린다.
남은 캔 맥주에서는 생선 비린내가 난다.
사람들은 주먹질을 하고,
악다구니 속에 길가에 널브러진다.
표정은 미소로 덧칠하지만,
모두들 득의양양 잰 걸음이다.
거울 앞에 선 나는
그 부류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오만과 이기심이었다.
나 역시 똑같이 가면을 쓴 것이다.
울음과 고독을 씹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 짓는다.
울음? 슬프지도 괴롭지도 않다.
그건 그냥 괴성일 뿐이다.
힘에 눌리고, 믿음에 찢기고,
스스로 조차 놀라는 엉망진창의 모습이다.
오늘 아침은 나팔꽃이 피었다.
사람들은 내일의 선물이라 박수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침 햇살에 눈을 돌렸다.
나팔 부는 상상에 휘감긴 채
나팔꽃에 날아온 나비 한 마리,
콘크리트 꽃잎 사이 파고드는 날갯짓 .
결국, 이 도시는 내 얼굴의 모습이다.
기만은 안개가 되고, 욕망은 불꽃으로 타오르며
거짓 미소 짓는 나의 자화상.

♧ 시(詩)라면, 미쳐도 괜찮아
시에 미치고 싶은 사람들이,
가고 싶은 곳이 있을 거예요.
폭풍과 모래바람이 부는 그런 곳은 너무 건조해서
방금 가져온 식빵도 잠시 후면 부스러져버리는
땡볕의 사막을 원하지 않을지 몰라요.
그렇지만 시에 미치고 싶다면,
그곳이 활화산이 솟아오르는 무인도인들
가려서야 되겠어요.
그것이 싫다면,
미치고 싶은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어요.
시에 미치고 싶다면,
기린이 어슬렁거리는 초원은 어떨까요?
하이에나나 늑대 무리가 있을 거예요.
그런 포식자가 있는 곳은,
아름다운 풍경이 손짓을 하고,
이름 모를 꽃들도 많지 않겠어요.
그런 곳에는 향기도 좋을 덴데,
그 향기에 취하면 그냥, 미치지 않을까요?
그렇게라도 미치면 시인이 될 수 있다면,
비 내리는 날 나는 신발을 벗어던지고,
창녕의 우포늪으로 달려가 발가벗고 춤을 추겠어요.
원시로 돌아가고 싶거든요.
그것도 비 오는 날로 골라서 가려면,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잘 들어봐아 하겠지요.
구비요, 믿어도 될까요?
우포늪에 가면, 가시연 그 방석 위에 앉아서,
잠자리가 날아오도록 엄지손가락 '척하고 있을래요.
이 정도 되면,
미치지 않고도 시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줘요.
확신이 서게요.
*박흥순 시집 『토끼는 발걸음을 세지 않는다』 (도서출판 서로, 2026)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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