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 놓아 울지 못한 사람들은 말에다 곡을 할까
어리광도 부리고 언강도 부려보곡
달리다 넘어지고 ᄃᆞᆮ당 푸더지곡
일하며 먹으며 졸고 일ᄒᆞ당 먹당도 졸곡
바람 불면 애타고 ᄇᆞ름 불민 애가 ᄌᆞᆽ곡
불볕에 숨이 멎고 ᄌᆞ작벳딘 숨그차지곡
다 죽여 막 억울하고 ᄆᆞᆫ 죽여부난 하도 칭원ᄒᆞ곡
살려거든 입 다물고 살구정ᄒᆞ건 속솜ᄒᆞ곡
할 수 없이 보내주고 ᄒᆞᆯ 수 엇엉 보내주곡
껴안아 다독여주며 쿰엉 어릅쓰러주곡
진짜 울음에는 눈물방울이 없다
목젖 아래서 곡곡하며 길들여질 때
예 살던 일삼칠 번지 사람이 사라졌다
♧ 현무암 생각에
섬은 한라산을 낳고 한라산은 돌을 낳고
돌은 신을 낳고
설문대할망 하르방을 낳고
담을 낳고
울타리를 낳고
빌레를 낳고
머들을 낳고
잣을 낳고
궤를 낳고
탑을 낳고
집을 낳고
화로를 낳고
별의별 사람을 낳고
벽을 낳고
다리를 낳고
돌은 또 무엇을 낳아야 할지 몰라 돌섬을 돌아가지도 돌아오지도 못하고
온몸에 눈과 귀 입을 열어두는 것이다
♧ 5․16도로
내일이 궁금할 땐 성판악에 올라보라
참나무는 ᄎᆞ낭
때죽나무는 종낭
동백나무는 돔박낭
구실잣밤나무는 ᄌᆞ베낭
느티나무는 굴무기낭
청미래덩굴은 멩게낭
조록나무는 조록낭
소나무는 소낭
벚나무는 사오기낭
사스레피나무는 까끄레기낭
산딸나무는 틀낭
사람주나무는 쐬돔박낭
슬픈 노역의 역사를 밟고 자라는
모호한 생의 기로에 낭만 가득한 거기
♧ 개 예감
어멍 아방 손심엉 죽굼 살굼 죽을락 살락
경제개발 국토개발 기술개발 산업개발 개발 개발 한다더니 개복숭아 개머루 개다래 개오동 사라져 가고요 개이득 개꿀 개좋음 개멋짐 개웃김 개찌질 개고생 개환장시대 오나요
진짜로 개소리 개뿔 개판 개차반이 그리울지도
♧ 얼굴 값
매 맞을 땐 귀뚱베기
쌍방 다 밑지는 합의금
웃을 땐 양지
은근슬쩍 묻어가는 공짜
ᄂᆞᆺ작은 부끄러울 때
얼굴을 팔아야 합니다
*김정숙 시집 『섬의 레음은 수평선 아래 있다』 (한그루, 2023)에서
*사진 : 제주의 돌담(‘김창집의 올레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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