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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정숙 시집 '섬의 레음은 수평선 아래 있다'의 시(완)

by 김창집1 2024. 1. 4.

 

 

같은 울음 다른 이름에 대하여

 

 

개굴개굴 울어서 개구리라 했다면

가가가가 울어서 가가비라 했겠죠

뉘더러 가가 하는지 귀 기울여 봤나요

 

 

맹꽁맹꽁 운다고 맹꽁이라 했다면

매앵해도 터지지 않는 입 맹마구리라 했겠죠

터질 듯 부풀다 마는 그 속 상상해 봤냐요

 

 

 

 

 

 

파종이자 추수는 잡초가 전부였다

품었던 씨오쟁이 풀밭에 풀어놓고

꽃피는 계절 계절을 호미 쥐고 살았다

 

별꽃은 진쿨

콩버무리꽃은 콩쿨

모시풀은 모시쿨

닭의장풀은 고냉이쿨

개망초 망초는 천상쿨

쇠무릎풀은 ᄆᆞᆯᄆᆞ작쿨

 

모질게 굴다 봐도 쿨 하게 피는 잡초처럼

쿨 해지는 거 말고는 대책 없는 농부처럼

밥이든 쿨이든 시든 그게 그거라는 시인처럼

 

 

 

 

귀순 삐라 고장섶 삐라

 

 

살려 주켄 삐라 ᄒᆞ난

산에서 ᄂᆞ려왔주기

이모니,

삐라가 무싱 건줄 알암수과?

고장섶 삐듯 종이텁 삐난 삐라주기

 

ᄑᆞ

    뜰

           ᄑᆞ

       뜰

 

ᄒᆞᆫ구뚜루 심어당 주정공장에 갇혀둠서

바당더레

육지 형무소더레

끄성가멍

ᄆᆞᆫ삐연

 

산목련 봄이면 봄마다

소지소지 뿌리네

 

 

 

 

꼬꼬댁 꼬꼬댁 꼬꼬정책

 

 

열 달 품은 널 낳고 날아갈 듯 헉삭했다

 

젖살 올라 안아들면 무거워서 지꺼졌고

키우랴 맞벌이하랴 저르어시 살면서도

ᄒᆞᆷ세ᄒᆞ는 널 안으면 지친 뼈가 사르르 녹아

언제 커서 학교 가나 기다린 시간도 잠시

중간 기말 중간 기말 연합 모의, 수능에

줄 세운 숫자 따라 을큰ᄒᆞ당 지꺼지당

그놈의 공부가 뭔지 선선도 ᄒᆞ다마다

누가 감히 말하나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꽉 막힌 밥벌이 앞에 이른 철이 들어

 

미개인 소리 들으며 낳은

닭띠 셋째야 미안해

 

 

 

 

눈빛 바코드

 

 

한라산 천백도로 폭설이 그린 바코드

 

눈빛들을 찍는다 적외선이 읽힌다

사냥꾼 사농바치는 잠시 품절입니다

전설의 사냥개 늬눈이반둥겡이 단종입니다

사슴 지달이 삵, 재고 잡히지 않습니다

꿩 노루는 상설 이벤트용입니다

들개 멧돼지는 남은 수량한정 원플러스 원

 

눈 위에 찍힌 환호성 한도초과입니다

 

 

          * 김정숙 시집 섬의 레음은 수평선 아래 있다(한그루, 202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