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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홍해리 시인의 시 속 '봄꽃'

by 김창집1 2024. 4. 11.

 

 

꽃나무 아래 서면 눈물나는 사랑아

 

 

꽃나무 아래 서면 눈이 슬픈 사람아

이 봄날 마음 둔 것들 눈독들이다

눈멀면 꽃 지고 상처도 사라지는가

욕하지 마라, 산것들 물오른다고

죽을 줄 모르고 달려오는 저 바람

마음도 주기 전 날아가 버리고 마니

네게 주는 눈길 쌓이면 무덤 되리라

꽃은 피어 온 세상 기가 넘쳐나지만

허기진 가난이면 또 어떻겠느냐

윤이월 달 아래 벙그는 저 빈 자궁들

제발 죄 받을 일이라도 있어야겠다

취하지 않는 파도가 하늘에 닿아

아무래도 혼자서는 못 마시겠네

꽃나무 아래 서면 눈물나는 사랑아.

 

     -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옥매원(玉梅園)의 밤

 

 

  수천수만 개의 꽃등을 단 매화나무가 날리는 이 지어 놓은 그늘 아래 꽃잎 띄운 술잔에 열이레 둥근 달도 살그머니 내려와 꽃잎을 타고 앉아 술에 젖는데,

 

  꽃을 감싸고 도는 달빛의 피리 소리에 봄밤이 짧아 꽃 속의 긴 머리 땋아 내린 노랑 저고리의 소녀가 꽃의 中心을 잡아,

 

  매화를 만나 꽃잎을 안고 있는 술잔을 앞에 놓고 부르르부르르 진저리를 치고 있는

 

  詩人,

 

  차마

  잔을 들지도 못한 채

  눈이 감겨 몸 벗어 집어던지고.

 

 

                -, 벼락치다(2006, 우리글)

 

 


 

명자꽃

 

 

꿈은 별이 된다고 한다

너에게 가는 길은

별과 별 사이 꿈꾸는 길

오늘 밤엔 별이 뜨지 않는다

별이 뜬들 또 뭘 하겠는가

사랑이란

지상에 별 하나 다는 일이라고

별것 아닌 듯이

늘 해가 뜨고 달이 뜨던

환한 얼굴의

명자 고년 말은 했지만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었었지

밤이 오지 않는데 별이 뜰 것인가

잠이 오지 않는데 꿈이 올 것인가

 

       -황금감옥(2008, 우리글)

 

 


 

왜 이리 세상이 환하게 슬픈 것이냐

     - 찔레꽃

 

너를 보면 왜 눈부터 아픈 것이냐

 

흰 면사포 쓰고

고백성사하고 있는

청상과부 어머니, 까막과부 누이

 

윤이월 지나

춘삼월 보름이라고

소쩍새도 투명하게 밤을 밝히는데

 

왜 이리 세상이 환하게 슬픈 것이냐.

 

        -, 벼락치다(2006, 우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