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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모과나무에 꽃이 피면

by 김창집1 2024. 4. 12.

 

 

우리가 흔히 쓰는 관용구 중에

모과나무 심사라는 말이 있다.

모과나무처럼 뒤틀려 심술궂고 성깔이 순순하지 못한 마음씨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모르는 일,

사람이 겉 다르고 속 다르듯이

비정형으로 뒤틀린 모과도 향기와 약효는 그만이다.

따끈하고 향긋한 차는 감기에 좋고,

술을 담그면 향기 또한 그윽하다.

 

모과나무는 장미과에 속한 낙엽 활엽 교목으로

높이는 10m 정도이고, 잎은 어긋나며 끝이 뾰족한 긴 타원형이다.

봄에 희거나 연붉은 꽃이 가지 끝에 모여 피며,

가을에 향기롭고 길둥근 모양의 누런 모과가 열린다.

열매는 기침의 약재로 쓰이며,

과수 또는 분재용으로도 재배한다.

 

 

 

 

모과꽃 김승기

 

 

천연두 마마를 앓듯이

겨울을 살아낸 삶

힘 넘치게

푸른 잎 틔우다

새잎마다 비늘 번득이면서

연홍색 꽃을 피우면

내 팔뚝에도 불끈 힘줄이 서다

맑은 영혼으로

햇살마다 실어 올리는 꽃향

덩치 큰 곰보의 얼굴이

오히려 예쁘다

여름 내내 정성으로 키우는 열매

그 달디 단 향이

가을을 듬뿍 적시면

하늘이 깜짝 놀라다

 

누가 너를 못난이라 하느냐

사람의 눈으로 자연을 들여다본다는 것

아주 조심스런 일이야

 

 

 

 

8- 김귀녀

 

 

매미소리 때문에

피를 토하는 8

모과나무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과나무 밑둥치엔

매미가 빠져나간 흔적이 역력한데

무슨 생각 저리도 깊이 할까

한 여름 뙤약볕에

바람이 바스락 남기고 간

매미허물을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 저리도 깊이 할까

오지도 않은 내년 여름

미리 염려하며 요동도 없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

시간의 속도도 재지 못한 채

8월 무더위는 지나가고

작열하는 태양아래

매미소리만 애처롭다

매미 울음은 긴 여운을 남기며

천길 만길 흩어진다

내 생애 다가오지 않을

저 울음소리

 

 

 

 

모과木瓜 - 조남명

 

 

볼품없이 생긴 서러움에

항상 풀이 죽어 있는

시무룩한 너

꽃은 그렇게 아름다웠다

 

어미 꽃은 모과가

못생겼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맛이 떫다는 죄 하나로

과일 망신 시킨다는 두려움에

차 뒤쪽에, 거실 한켠에 던져진 채

잠든 척 숨을 죽인다

 

살이 굳어 검게 썩어들어도

너는 짙은 향기를 품어준다

마지막까지

 

미련하게 생겼으면 어떠냐

미끄럽게 생긴 것들 다 속 못 차릴 때

 

향기 없는 과일보다 천배 낫지

 

향을 품을 줄 아는

태초에 얼굴보다 향을 택한 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