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쓰는 관용구 중에
‘모과나무 심사’라는 말이 있다.
‘모과나무처럼 뒤틀려 심술궂고 성깔이 순순하지 못한 마음씨’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모르는 일,
사람이 겉 다르고 속 다르듯이
비정형으로 뒤틀린 모과도 향기와 약효는 그만이다.
따끈하고 향긋한 차는 감기에 좋고,
술을 담그면 향기 또한 그윽하다.
모과나무는 장미과에 속한 낙엽 활엽 교목으로
높이는 10m 정도이고, 잎은 어긋나며 끝이 뾰족한 긴 타원형이다.
봄에 희거나 연붉은 꽃이 가지 끝에 모여 피며,
가을에 향기롭고 길둥근 모양의 누런 ‘모과’가 열린다.
열매는 기침의 약재로 쓰이며,
과수 또는 분재용으로도 재배한다.
♧ 모과꽃 – 김승기
천연두 마마를 앓듯이
겨울을 살아낸 삶
힘 넘치게
푸른 잎 틔우다
새잎마다 비늘 번득이면서
연홍색 꽃을 피우면
내 팔뚝에도 불끈 힘줄이 서다
맑은 영혼으로
햇살마다 실어 올리는 꽃향
덩치 큰 곰보의 얼굴이
오히려 예쁘다
여름 내내 정성으로 키우는 열매
그 달디 단 향이
가을을 듬뿍 적시면
하늘이 깜짝 놀라다
누가 너를 못난이라 하느냐
사람의 눈으로 자연을 들여다본다는 것
아주 조심스런 일이야
♧ 8월 - 김귀녀
매미소리 때문에
피를 토하는 8월
모과나무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과나무 밑둥치엔
매미가 빠져나간 흔적이 역력한데
무슨 생각 저리도 깊이 할까
한 여름 뙤약볕에
바람이 바스락 남기고 간
매미허물을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 저리도 깊이 할까
오지도 않은 내년 여름
미리 염려하며 요동도 없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
시간의 속도도 재지 못한 채
8월 무더위는 지나가고
작열하는 태양아래
매미소리만 애처롭다
매미 울음은 긴 여운을 남기며
천길 만길 흩어진다
내 생애 다가오지 않을
저 울음소리
♧ 모과木瓜 - 조남명
볼품없이 생긴 서러움에
항상 풀이 죽어 있는
시무룩한 너
꽃은 그렇게 아름다웠다
어미 꽃은 모과가
못생겼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맛이 떫다는 죄 하나로
과일 망신 시킨다는 두려움에
차 뒤쪽에, 거실 한켠에 던져진 채
잠든 척 숨을 죽인다
살이 굳어 검게 썩어들어도
너는 짙은 향기를 품어준다
마지막까지
미련하게 생겼으면 어떠냐
미끄럽게 생긴 것들 다 속 못 차릴 때
향기 없는 과일보다 천배 낫지
향을 품을 줄 아는
태초에 얼굴보다 향을 택한 모과.
'아름다운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경수 시집 '틀림없는 내가 될 때까지'의 시(9) (0) | 2024.04.14 |
---|---|
월간 '우리詩' 4월호의 시(1) (0) | 2024.04.13 |
홍해리 시인의 시 속 '봄꽃' (1) | 2024.04.11 |
권경업 시집 '자작 숲 움틀 무렵'의 봄 시편 (0) | 2024.04.10 |
장이지 시집 '편지의 시대'의 시(9) (0) | 2024.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