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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월간 '우리詩' 4월호의 시(7)와 동양란

by 김창집1 2024. 4. 28.

 

 

행복요양원 - 채영조

 

 

꽃 피고 새 울면 호미자루 들고

묵정밭을 갈며

콧노래 부르시던 어머니

호미자루 대신 지팡이를 짚고

휠체어에 몸을 의존하며

행복요양원에 계십니다.

어머니 좋아하시는 골드키위 들고

요양원 가는 길은

가슴에 꽃이 피어납니다.

요양원 담장 너머로 얼굴을 내밀며

맑고 순결한 목련이 활짝 피었습니다.

어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누구에게나 한때는 아름다운 것

지금의 한때도 아름다운 것

봄 한철 다 흐트러질 때까지

목련꽃 나무 아래

어머니 손을 잡고 오래오래 서 있습니다.

 

 

 

 

클래식 - 김정식

 

 

예술의 전당 주의사항을 듣고

무대를 바라보며 브라보를 외치다가 선율에 잠든다

노래방 팜플렛 주소를 누구보다 잘 찾는 그지만

불금에 오래간만에 초청장을 받은

피곤한 몸에 택배 이씨는

어두운 눈으로 팜플렛에 있는 어렵고도 격조 높은

주소를 돌며

모차르트를 만나고, 슈베르트를 만나고, 브람스를 만나다가

베토벤의 큰기침을 듣고 깬다

브라보 위에 두리번거리는 부라보를 외친다.

 

예술이 삶이 되고

삶이 예술이 되는

꿈속의 전당을 돌며

 

 

 

 

오늘도 - 남택성

 

 

빛을 산란하는 밤을 좋아해요

 

비를 모으는 구름과 살고

바람새 내리는 정거장에서 늦은 아침을 즐겨요

 

어슬렁어슬렁 언덕을 오르지요

 

파란 슬레이트 지붕을 타고 흘러내리는 봄 햇살

알록달록 낮은 꽃들에 앉았다

날아가는 모시나비 한 쌍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모르는 내게

길을 물으며 지나가요

 

어제는 내 기억의 문과 함께 닫히고

내일은 있을지 알 수 없는 곳

 

아직 꺼내지 않은 말이 있어

흰 피 몽글몽글 쏟아 내는 조팝나무

 

향기 흔들며 오늘도 걸어요

 

 

 

 

관정冠廷 이종환李鐘煥 - 임보

 

 

아세아 최고의 기부왕

관정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회장이

202391310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보도다

 

2002년 관정장학재단을 설립하여

17천억 원을 쏟아 부었다

 

6백억 원의 서울대 전자도서관을 건립하는 등

23년 간 12천 명의 장학생들에게

27백억 원의 장학금을 투척했다

 

그의 소망은

한국에 노벨상 수상자를 길러내는 것이었는데

아직 그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그가 공들인 인재들은 세계 곳곳에서

큰 싹을 틔우며 건강히 자라고 있으리라.

 

 

                   *월간 우리4월호(통권430)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