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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오승철 유고시집 '봄날만 잘도 간다'(1)

by 김창집1 2024.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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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거면 떠나라고

서귀포는 있는 거다

 

비릿한 자리젓 냄새

한 계절 삭고 나면

 

칠십 리

약속의 땅에

눈 감고도 올 것이다

 

 


 

망장포 메꽃

 

 

이생망 이생망이라

함부로 말하지 마라

 

주지 스님 큰아버지

절터만 남은 마을

 

벼랑 끝

갯메꽃 하나

허공에서 피는 걸 봐라

 

 


 

으름꽃 등 올리시네

 

 

신물질 발명했다는

물 건너 아들 목소리

 

그 말이 끝나자마자

으름꽃 등 올리시네

 

자배봉 뻐꾸기 소리

뻐꾹뻐꾹 등 올리시네

 

 


 

한여름 저녁놀에 라면 끓이러 간 친구

 

 

곤냇골

곤냇골의

친구 집 찾아가니

 

, 글쎄 라면 먹자네

순간 서녘 하늘 번지는 허기

 

창가에

냄비 앉히고

라면 끓길 기다리는 거다

 

 


 

사진작가 용만이 형과 친구, 그리고 한라산2

 

 

청자에나 백자에서도

들어 본 적 없는데

 

애기 울음들인

에밀레종 전설 같이

 

상고대

저 상고대 빛의

까마귀 소리 들린다

 

 

             * 오승철 유고시집 봄날만 잘도 간다(다층,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