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서自序
아리고 아팠던 것들
심사숙고하여 61편의 졸시
세 번째 닻을 올린다.
자판기 선율 따라
무언의 손짓으로 안무를 하고
모노드라마 되어 무대에 올려질 때
묶어뒀던 활자들이 하르르 웃고 있다.
걸어온 발자취만큼 아팠을 인생살이
막이 내리면 공허감이 밀려온다.
그 공허함은 다시 무대를 향해 무언의 손짓을 한다.
아직 끝이 아님을….
-2024년 5월, 연서를 엮으며
♧ 별풀꽃
풀벌레 초롱초롱 빛나는 별들의 고향
별나라 가면 어떤 세상 바라보며 고향 이룰까
저들처럼 나도 어느 꽃들과 외롭지 않은 별이고 싶어
♧ 소나기
오늘처럼 빗물이 쏟아지는
날이었지
늦은 아침이었어 아마
아홉 살 단발머리 소녀가
소쿠리 옆에 끼고 호미 들고
아랫집 옥실이 복실이 불러내
달래 줍고
냉이 개며
장상 밧디 물 ᄀᆞᆯ람저 재기 글라
ᄒᆞᆫ저가게
철 만난 세상 되었던 청개구리들
얼른 와서 밥도 하고
샛ᄃᆞ리물 질어다* 물항에 채워야지
마음먹고 나갔던 장상 밭길
쏟아지는 소낙비에 냉이도 둥둥
소쿠리도 둥둥 물먹은 생쥐처럼
혼자 다 한 것처럼
어머니 질타에 소나기 쏟아지던
그날이 문득
---
*물을 ‘길어다’의 제주어.
♧ 샛ᄃᆞ리물*
-복 먹는 날
낭만 따라 스며든 고향 포구
샛ᄃᆞ리물
삼화 포구 옆
NOAH 카페에 들어
순하디 순한 아메리카노와
달곰한 반숙 하나와
오규원의 ‘사랑의 감옥’ 덤으로 얹었다
백중 끝이라
물은 수위에 올라 넘실거리고
해영과 90-MB 1057이 나를 부르고
상일이와 친구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배들도 화답하듯 출렁인다
야호~~!!!
물살 뚫고 다이빙하는
낭만들에 환호
영원할 것만 같은 함성은
오늘도
예외 없이
샛ᄃᆞ리에 선창한다
얼마나 좋을까
내년 이맘때면 다시 찾을 푸른 청춘의
덫
용천수
---
* 삼양1동 포구.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 (동학시인선 122, 202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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