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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 발간

by 김창집1 2024. 5. 29.

 

 

자서自序

 

 

아리고 아팠던 것들

심사숙고하여 61편의 졸시

세 번째 닻을 올린다.

 

자판기 선율 따라

무언의 손짓으로 안무를 하고

모노드라마 되어 무대에 올려질 때

묶어뒀던 활자들이 하르르 웃고 있다.

걸어온 발자취만큼 아팠을 인생살이

 

막이 내리면 공허감이 밀려온다.

그 공허함은 다시 무대를 향해 무언의 손짓을 한다.

아직 끝이 아님을.

 

-20245, 연서를 엮으며

 

 


 

별풀꽃

 

 

풀벌레 초롱초롱 빛나는 별들의 고향

별나라 가면 어떤 세상 바라보며 고향 이룰까

저들처럼 나도 어느 꽃들과 외롭지 않은 별이고 싶어

 

 


 

소나기

 

 

오늘처럼 빗물이 쏟아지는

날이었지

 

늦은 아침이었어 아마

아홉 살 단발머리 소녀가

소쿠리 옆에 끼고 호미 들고

아랫집 옥실이 복실이 불러내

달래 줍고

냉이 개며

장상 밧디 물 ᄀᆞᆯ람저 재기 글라

ᄒᆞᆫ저가게

철 만난 세상 되었던 청개구리들

 

얼른 와서 밥도 하고

샛ᄃᆞ리물 질어다* 물항에 채워야지

마음먹고 나갔던 장상 밭길

쏟아지는 소낙비에 냉이도 둥둥

소쿠리도 둥둥 물먹은 생쥐처럼

혼자 다 한 것처럼

어머니 질타에 소나기 쏟아지던

그날이 문득

 

---

*물을 길어다의 제주어.

 

 


 

샛ᄃᆞ리물*

   -복 먹는 날

 

 

낭만 따라 스며든 고향 포구

샛ᄃᆞ리물

 

삼화 포구 옆

NOAH 카페에 들어

순하디 순한 아메리카노와

달곰한 반숙 하나와

오규원의 사랑의 감옥덤으로 얹었다

 

백중 끝이라

물은 수위에 올라 넘실거리고

해영과 90-MB 1057이 나를 부르고

상일이와 친구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배들도 화답하듯 출렁인다

야호~~!!!

 

물살 뚫고 다이빙하는

낭만들에 환호

영원할 것만 같은 함성은

오늘도

예외 없이

샛ᄃᆞ리에 선창한다

 

얼마나 좋을까

 

내년 이맘때면 다시 찾을 푸른 청춘의

용천수

 

---

* 삼양1동 포구.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동학시인선 122,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