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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양순진 생태동시집 '반딧불이 놀이터'(4)

by 김창집1 2023. 10. 15.

 

 

 자주괴불주머니

 

 

달팽이들이

자주색 옷 잎고

땅으로 땅으로

내려와

 

주머니 가득

담고 온

봄 향기

전하려고

 

 

 

 

 개미의 탑

 

 

세렝게티 넓은 초원

한가운데

우뚝 솟은 토성

 

초원의 개미들이

한 입 한 입 물어다

단단하게 지은

흙탑이라는데

 

회오리바람 불어도

번개가 번쩍여도

쓰러지지 않는다

 

고 자그만 개미들이

불가사의한 탑을

완성했다는 건

 

혼자가 아니라

함께 했다는 것

 

하루아침에 이룬 것 아니라

수천수만 밤 땀 흘렸다는 것

 

그런 이유로

개미는

인류 최고의 건축가

 

 

 

 

나뭇잎 우주

 

 

비가 올 듯 말 듯

바람은 불 듯 말 듯

 

화분에서

땀 뻘뻘 흘리는

달개비

 

, 뭐지?

 

돌돌 말려 있는

잎사귀 하나

 

하얀 거미줄로

꽁꽁 감싼 채

엉켜진 보풀

슬몃 떼어보니

 

글쎄,

애벌레가

꿈틀꿈틀

 

애벌레에게

이 잎사귀 귀퉁이가

우주

 

얼른 손 떼고

돌려준

벌레의 우주

 

 

 

 

감자꽃 우주

 

 

엄마 따라 감자밭 갈 때

내 딸 내 딸

불러주던 노래

 

하얀 꽃 피웠지

 

엄마 따라 감자밭 갈 때

날나라 날아라

날개 달아주던 마음

 

노란 꿈 피웠지

    

 

 

 

사려니 꽃향유

 

 

햇살 아래

바람 솔솔

 

가을이라

모든 게

시들시들

 

그 사이 사이

보랏빛 꽃들이

 

사려니숲

밝혀요

 

 

              *양순진 생태동시집 반딧불이 놀이터(한그루, 202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