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 시몽당 지학 대종사 추모시
♧ 山中의 즐거움 - 시 몽
산중의 즐거움이여!
몸과 마음에 딱 들어맞으니 天全을 기른다
숲은 깊고 골은 좁고 돌길은 울퉁불퉁한데
소나무 밑에는 시내 흐르고 바위 틈새 샘물 솟네,
봄이 오고 겨울이 가도 사람 흔적 끊어졌나니
붉은 티끌 한 점의 인연도 나에게는 없다.
한 발우의 밥과 한 쟁반의 나물이여!
배고프면 먹고 곤하면 잠잔다.
한 병의 물과 한주발의 차여!
목마르면 들고 와서 손수 끊여 마신다.
한 개의 지팡이와 하나의 방석이여!
걸으면서 참선하고 앉으면 졸기만 하네
산중의 이 즐거움이 참으로 재미있어
옳고 그르고 슬프고 즐거움 모두 잊었다
산중의 이 기쁨 안팎 모두 존귀하여
학 타는 일 허리춤에 돈 차기도 나는 원치 않네,
몸과 미음 맛가와 얽매임 없나니
다만 일생 내맡겨 天命을 마친다
대한민국 개항 1번지 차별 없는 참사람 도량
콩만한 절간 인천 대복사
(윤동주문학상 수상작)
[문인초대석]
▣초대작가
♧ 지금 종소리가 절실하다 – 김성춘
저녁 5시, 가까운 산사 범종소리 듣는다
옴……
옴……
둥글고 그윽한 성가다
손등과 볼 서로 비비고 있다
때 묻은 우리 영혼을 씻어 준다
살아 있다고
몸으로 푸들거린다
저녁 5시, 누군가 산사 범종소리
맨 일굴 만지고 있다
사랑한다고
옴……
옴……
지금 우리에게 영혼을 씻는 종소리가 절실하다
해가 막 지고 있다
♧ 골목길 - 이홍섭
작은댁 막내 아저씨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조카의 손을 끌고
골목을 헤집어 우중충한 지하 술집에 데려갔다
자욱한 담배 연기 너머에서
밴드부 출신의 막내 아저씨가 장발의 친구들과 기타를 연주했다
아저씨가 갖다 준 과일 안주는 고봉밥처럼 높았다
골목길을 빠져나올 때까지 세 번을 토했다
나이 들어도 이곳에는 다시 오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혜향문학회 2024 상반기호(통권 제22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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