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혜향문학 2024년 상반기호의 시(1)와 연꽃

by 김창집1 2024. 7. 14.

 

 

[특집 1]  시몽당 지학 대종사 추모시

 

山中의 즐거움 - 시 몽

 

 

산중의 즐거움이여!

몸과 마음에 딱 들어맞으니 天全을 기른다

 

숲은 깊고 골은 좁고 돌길은 울퉁불퉁한데

소나무 밑에는 시내 흐르고 바위 틈새 샘물 솟네,

봄이 오고 겨울이 가도 사람 흔적 끊어졌나니

붉은 티끌 한 점의 인연도 나에게는 없다.

 

한 발우의 밥과 한 쟁반의 나물이여!

배고프면 먹고 곤하면 잠잔다.

한 병의 물과 한주발의 차여!

목마르면 들고 와서 손수 끊여 마신다.

 

한 개의 지팡이와 하나의 방석이여!

걸으면서 참선하고 앉으면 졸기만 하네

산중의 이 즐거움이 참으로 재미있어

옳고 그르고 슬프고 즐거움 모두 잊었다

 

산중의 이 기쁨 안팎 모두 존귀하여

학 타는 일 허리춤에 돈 차기도 나는 원치 않네,

몸과 미음 맛가와 얽매임 없나니

다만 일생 내맡겨 天命을 마친다

 

대한민국 개항 1번지 차별 없는 참사람 도량

 

콩만한 절간 인천 대복사

 

(윤동주문학상 수상작)

 

 

 

 

[문인초대석]

 

초대작가

 

 

지금 종소리가 절실하다 김성춘

 

 

저녁 5, 가까운 산사 범종소리 듣는다

……

……

둥글고 그윽한 성가다

손등과 볼 서로 비비고 있다

때 묻은 우리 영혼을 씻어 준다

살아 있다고

몸으로 푸들거린다

저녁 5, 누군가 산사 범종소리

맨 일굴 만지고 있다

사랑한다고

 

……

……

지금 우리에게 영혼을 씻는 종소리가 절실하다

해가 막 지고 있다

 

 


 

골목길 - 이홍섭

 

 

작은댁 막내 아저씨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조카의 손을 끌고

골목을 헤집어 우중충한 지하 술집에 데려갔다

 

자욱한 담배 연기 너머에서

밴드부 출신의 막내 아저씨가 장발의 친구들과 기타를 연주했다

아저씨가 갖다 준 과일 안주는 고봉밥처럼 높았다

 

골목길을 빠져나올 때까지 세 번을 토했다

나이 들어도 이곳에는 다시 오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혜향문학회 2024 상반기호(통권 제2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