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네가 어디에 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먼 바다 그 너머의 빛을 볼 때마다
눈이 부셨다.
저 파랑을 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2024년 7월
김윤숙
♧ 발견
내 안의 빈 틈새 다시 그린 밑그림
첫새벽 잎새 하나 칠하고 덧칠했다
바다가 삐져나오나 눈곱이 자꾸 낀다
♧ 조용한 바다*
심연을 흔드는 코발트 빛 바다 앞에
한순간 휩쓸리듯 일어서는 뭉게구름
폭풍은 내 안의 바다
배 주위가 고요하네
가만히 돌이키면 무모한 날들 흘러
힘겨워 다 내려놓은 수상한 돛마저
여행지 기억을 새기며
파고드는 모래펄
어서 돌아오라, 간절한 손짓에도
대양을 향한 열망 쓰러진 돛을 세워
또 한 척 파랑 속으로
섬을 끌며 나아가네
---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 그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항도 항해도 꼼짝없이 갇혀서
쇄빙선 따른다는 동토의 당신 바다
언 마음
여기도 북극
나를 질러오시라
♧ 겨울 두물머리
사람이 사람을 만나 하나의 길이 되듯
물이 물을 만나 이별을 지워 나가듯
우리는 어디쯤에서 얼린 발이 풀릴까
남에서 북에서 서로 만나 사무칠
한 가닥 실금 사이 굽이치던 물살의 흔적
자물쇠 꽁꽁 잠근 강, 메아리를 듣는지
바닥 차고 오르는 철새들의 비상에
언 강에 번져오는 푸름의 산 그림자
귓바퀴 쩌렁쩌렁한 결심을 다시 쓴다
*김윤숙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 (가히, 202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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