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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윤숙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의 시(2)

by 김창집1 2024. 8. 2.

 

 

숲의 문장

 

 

수직의 은유로 빛을 내는 자작나무 숲

 

펼쳐놓은 페이지마다 어찌 뜻을 헤아릴까

 

바람길 파고들어도 해독되지 않는다

 

흰 뼈 갈고 갈아 써 내려간 고전의 문장

 

천 개의 햇살 타고 내게 닿은 당부 같아

 

겹겹이 퇴고의 흔적 가만 손을 대 본다

 

 


 

사막의 별

 

 

온몸이 다트 되어 내리꽂던 별빛들

 

허르혁*에 체한 듯 아직도 삭지 않아

 

위벽을 타고 오른다 쓴물 같은 풀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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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전통 육류 찜 요리.

 

 


 

자기 앞의 생

 

 

사막의 모래 능선

 

정상을

 

감히 넘봐

 

산등성

허리쯤에서

단숨에 미끄러지는

 

고배를

먼저 마신다

 

모호해진 생의 좌표

 

 


 

당신이 걸어온 길

 

 

산 절벽 쓸쓸함에 길은 높고 허공 깊다

 

청무밭 짙푸름이 때로는 성난 바다

 

섬에서 섬의 서편으로 자꾸만 떠밀린다

 

금잔옥대 스민 묵향 자욱이 번지는

 

직립의 날들 앞에 오롯이 지샌 밤은

 

탱자 울 배긴 등허리 차마 삭혀 들었을까

 

등고선 멀리 돌아 다시 와 만나는

 

바윗돌에 새긴 품성 편히 쉬어가시라

 

유배지 세한歲寒의 날들, 발걸음이 온유하다

 

 

            *김윤숙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가히,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