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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의 시(9)

by 김창집1 2024. 8. 6.

 

 

빨강 구두

 

 

야무지게 도도했던

너와의 일탈

 

생각에 서성이다

떨구는 마음 년 알아

 

행복했던

때의 기억을

 

 


 

남겨진 연서

 

 

추락한 것들은 말이 없다

아파도 아프지 않은 것처럼

기다릴 뿐

너희 잘못이 아니었던 것은

자명한 사실

어느 환희의 그루터기에 휩싸여

어긋나야 했었던 날들

비상을 바라는 것도 아닌

오로지 진실 앞의 응답이었을 뿐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것

돈으로 환산해야 한다는 것

그게 얼마로 환산해야 하는지는

각자의 이다

 

세상이 노래지는 아픔 속에

마음은 저리다고

분신이었던 잘못된 아리들

훨훨 날려주지 못해 안타까운 것들에 대한

 

 


 

낭만 고양이

 

 

대문 입구에 곱지도 않은

낙엽들이 안으로만 휘날린다

마당에는 이끼들이 침잠한 돌 벤치가 있고

닭장이 있고

그 위에 좀 더 옆 헐거운 낭* 사이로

양양이 아지트가 있다

한 번은 닭장 위에서 한 번은 당 덮개 틈서

삼 대가 모여 낳고 크며 귀찮은 마음 쓸어주던

낭만의 가을 그 밤거리 낭만 고양이들

 

오늘

그 영롱하던 엊그제 눈동자가

애달픈

 

---

* ‘나무의 제주어.

 

 


 

, 사람

 

 

남자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야수가 되고 흑기사 되고픈

 

아직은 아닌데,

혼담의 버거움 느껴보는 시간

 

집안과 오가는 얘기들이

지금은 어리다는 핑계로

 

직장 밥줄이 달랑이던 그때

 

미녀와 야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스탤지어생각하며, 벽에 걸린 낙엽

한 장

향수는 행불되어, 고샅길은 시작되고

 

착각 속에 살았던 그녀

그래도 이것은 정말 아니다

 

진짜

아니다 다짐하며 멍이 진 세월

 

아버지 없는 서러움은 강물에다

여울지고 그

불효함이 가슴을 후빌 때

 

그 사람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한그루,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