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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의 시(10)

by 김창집1 2024. 8. 19.

 

 

입동

 

1.

 

이렇게 오려니

어제도 그제도 그렇게

허무하게 시리던가요

마음만 먼저 나서는

저 뱃머리

몇 시쯤에 가야

가파도에 가려나

우도에 가려나 하면서

서우봉 등대에서

뱃고동 소리만 듣다 여운만

남기길 며칠이던가요

 

 

2.

 

이렇게 오려고

우수수 낙엽만 떨구었나

시린 마음 달래주려

난장으로 가라 했나

그 마음 씀씀이에 오늘 모처럼

단장 곱게 하여

곱디고운

이름도 몰라 성도 모른

말해줘도 모른다며 몰라도

그렇게 살라기에

나 그렇게 어여쁜 것들

칠천 원에 입양하여

다육 다육

 

 


 

3.

 

야야 고마해라

이만 혀도 된 거 아이가

가스나 하고는

 

그래도 그게 아니라서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산다꼬

좀 더 길게 보면 안 되나요

 

 

4.

 

쩌어기 보이소

요기 앉아서 보면

뭔지는 몰라도 예

관탈섬도 보이고 추자섬도

있다는디 난 한 번도 못 가봤어라

나와 같이 가보자는 이들은 별거

아니라 하고 자식하고 가보자니

지 살기 바쁜가 보고

할배와 가려니 친구가 좋지

 

늘그막에 그러면서

 

그렇기도 하고 말입니다

 

 


 

와인 잔

 

 

내 것이 커 보여

네 것이 커 보여

쪼르르 걸어 놓은

와인 잔

네 것도 내 것도

아닌 뱅쇼(n chaud)

우리의 정은

볼 붉은 선율에 맞춰

구근 근

목 을 타는 그 맛

연속성은 이제부터 그렇게 가는

붉은 의식

시그널 묻어나는 밤의 향연 속

뜨겁게

 

 


 

A1 에어컨

 

 

우리 집 식구 하나 늘었다

 

냉장고 공기 청정기 홈 세트 프라이팬은 홈플러스

 

덤으로 가는 인생 우리 열심히 살아보자

 

you got it (알겠습니다)

 

 


 

5월의 시

 

 

저희를 보세요

새들도 노래하잖아요

지지배배, 삐죽거리다

까르륵 웃기도 하고

휘파람도 날려요

 

저기를 보세요

휘파람 소리에 말을 걸어와요

팝 선율에 맞춰 합창하잖아요

 

나를 봐봐요

그대와 눈 맞춤에 마음은 더

싱그러울 거예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

처럼요

 

하늘과 바다와 시가 있는

낭만의 오월

 

나르는 새들처럼

어버이 마음으로

스승의 마음으로

부처님 가피 물들어 보는

 

오월이에요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한그루,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