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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의 시(6)

by 김창집1 2024. 9. 17.

 

 

외로운 여정 3

   -해안 길 걸으며

 

 

병명도 애매모호 하다는 의사의 진단

지치고 아픈 심사

 

바다를 끌며 올라오는

멸치나

무상함에 걷는

그녀나

 

매운바람에 일렁이어

천방지축

밀려든 은빛 물결들

컨테이너 화관에 몸담고

끌려가는 모습은

바다가 내어 주는 생멸

세월 따라 유영하던 너희 꿈은

어디서부터였을까

 

모호하게 꿈결 속 누비다

빠져나오는 붉은 돌기들의 아우성

세월 따라 잠복하던 너희 꿈은

어디서부터일까

 

몸이 내어주는 생멸인

대상을 포진하던

 

 


 

접시꽃 당신

 

 

수탉과 접시꽃의

합의 일체오매불망 소원하던

하안 꽃송이

 

순애보처럼 파노라마 되던 날 정이가

잉태되고 오라비는 유실됐다

민이가 아들이길 소망하듯 위로하던 날

 

발레리노 아닌

동백으로 점지해 준 당신의 성은,

발레리나 되어

 

이씨 효령대군손 안겨 주던

시월에

밤은

아침 아홉 시에 빛을 발하다

 

 


 

칩거

 

 

나는 누구?

왜 이렇게 살아야지

누구를 위한 발버둥이었지,

허한 기수에 묻는 자문자답의 시간,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

무대를 지키기 위해서

 

그나 나나 동질감 같은 것

그 정치나 이 구성원은 꼭 같은

마음의 짓,

나이 적음과 나이 많음의 차일 뿐

화살의 과녁은 동질감이

아니었을까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라고?

 

막이 내리고 무대가 열리고

희극이든 비극이든 절정에

다다를

팬데믹 속에서 피워준 두 권의

걸작, 이것에서 막을 내리면 안

돼 안

 

이보게 얼른 추스르고 일어나게

 

 


 

시요일

 

 

불이 켜진다

깜빡깜빡 네온의 밤거리

스멀스멀 돋아나는 다툼의 소리

너도 너도 빠지고 니도 빠져야

니들이 없어야 한다고

 

진부한 말인즉

풀어쓰기보다 함축하는 것

기둥 세우고 서까래 덮고

가지치고 순 틔워 주고

그러면서 울림통 있어야 하니까

그러니까 철학이 묻어나는 무엇이 되니까

 

존재감도 그렇고, 그런 생각일 때

국문과 선배 그리고 홍일점,

순순하게 생긴 우 시인

등단하고 왔다는 말에

시향이 쏟아지던 저 소리

우린 했었지 그렇게, 별빛 그리며

 

제 각자 위치에서 별 헤며 있을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한그루, 2024)에서